"전략산업에 돈 쓰이게 지원기준 바꿀것"

인천에서 근무한 지 7개월째를 맞이했다. 통화 정책을 총괄하고 돈의 물꼬를 내는 한국은행 소속 경제전문가가 보기에도 인천이 가진 경제적 잠재력은 충분했다.

그래도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있었다. 김현정(55·사진) 한국은행 인천본부장은 지난 23일 신년인터뷰에서 "바이오와 반도체가 잘 되고 있지만 지역경제와의 연관성이 낮고 전통 제조업이 어렵다. 총량지표가 좋은데다 고용률도 높지만 고용의 질이 낮아 소비가 적다.

이게 바로 인천 경제의 빛과 그림자"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에게 인천 경제와 올해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잠재력 큰 인천 … 새로운 시도 인상적"

김 본부장은 인천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300만명이 거주하는 대도시는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역동적인 곳이었다. 전국적으로도 경제활동 참가율이 탁월하게 높고 청년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도시였다. 항공정비단지(MRO)를 비롯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도 여럿 진행되고 있었다.

"많은 분들이 인천이 가진 잠재력을 본능적으로 알고 계시는 듯해요. 지금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들은 바람직한 것 같아요. 인천에 애정을 가지신 분들은 문제점 위주로 보시지만 제가 보기엔 굉장히 잠재력이 큰 도시입니다."

▲제조업 살려야 지역경제 산다

요즘 인천경제의 총량지표를 견인하는 분야는 반도체와 바이오다. 김 본부장은 스태츠칩팩코리아와 셀트리온을 둘러보며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편에는 전통산업이자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조업이 있다. 글로벌 밸류체인(세계적 분업구조)과 무역관계가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자동차 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위태로운 길을 걷고 있다.

"바이오와 반도체는 연관효과가 적다보니 지역경제를 이끌 정도는 아니에요. 전통 제조업이 주력산업입니다. 자율자동차나 전기자동차가 빨리 개발되면서 가까운 미래로 다가오니 중소기업들은 패닉상태입니다. 연구개발이나 혁신역량이 중요한데 준비는 덜 된 상태지요. 기업도, 공공기관도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제조업과 중소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제조업이 잘 돼야 서비스업도 잘 된다. 김 본부장은 창원·울산 등 타 지역에서 제조업이 망가진 후 서비스업이 무너진 사례를 들었다.

"그때 창원과 울산에서 숙박업소나 음식점이 한꺼번에 폐업했지요. 제조업 비중이 낮아졌어도 여전히 중요합니다. 제조업이 바탕이 돼야 서비스업도 발전합니다. 지금이 위기 상황은 맞지만 절망적이진 않아요. 2019년 굉장히 중요합니다. 민관이 지혜를 모아야 해요."

▲올해 본연의 역할 충실히 … "대출제도 개선할 것"

한국은행 인천본부는 올해에도 연구·조사 기능에 힘쓸 계획이다. 주요 연구 주제로는 △지역 자금 흐름 △고용의 질 △대중국 교역환경 변화가 주력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 △공항·항만을 중심으로 한 관광산업 발전방향 △항공정비단지 △중소기업 기술협력 등이 있다. 통화신용정책으로는 금융중개지원대출제도를 통해 혁신기업과 전략산업에 돈이 흘러갈 수 있도록 지원 기준을 개정할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올해 소망을 '실한 아웃풋(성과)'이라고 했다. 객관적인 연구조사로 경제에 대한 종합적인 시야를 제공해 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지역 중소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자금을 많이 흘려보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바라는 대로 효과가 잘 나타날 지 좀 조심스럽네요. 그래도 잘 돼서 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큰 사고 없이, 직원들이 자기 일에 사명감과 보람을 가지고 일하는 직장을 만드는 것도 소망입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