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정치경제부 경제팀장

 

인천항을 취재한 지 어언 6개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모르던 '무지렁이'였다면, 이제 취재원의 이야기를 간신히 알아듣는 수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세상은 어리숙한 기자를 기다리지 않는다. 인천항을 뜨겁게 달군 내항재개발과 중고차 수출물량 이탈 문제가 손에 쥐어졌다. 취재원의 말과 자료를 엮어 기사로 여러 편 써 냈다. 부족했지만 정책의 시야에서 밀려나 있던 인천항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느낀 점이 많다. 인천항은 다른 취재처와 차별되는 독특한 특성이 있었다. 바로 '높은 벽'이다. 좋게 말하면 전문분야라 깊은 고민과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외부와의 통로가 막혀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천항은 지역 경제에 너무나 중요한데 외부에서는 그 무게를 잘 모른다. 마찬가지로 인천항에서 활동하는 각각의 행위자들은 소리 높여 이야기하길 꺼리거나 문제를 외부에 알리는 데 서투르다.
이런 현상은 인천항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극대화된다. 내항재개발과 중고차 수출물량 이탈 문제가 그랬다.

중구 주민들은 인천항에서 흘러나온 소음과 분진에 수십 년간 고통 받은 끝에 재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연수구 옥련동 주민들도 옛 송도유원지에 무질서하게 자리 잡은 중고차 수출단지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쪽 다 인천항 경제에는 악영향이지만, 주민들의 요구도 합당한 측면이 있다. 정말 중요한 건 이런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선택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분노만으로는 아무 것도 만들 수 없다. '왜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느냐', '경제를 다 죽이고 있다', '정부 하는 일이 항상 그렇다'는 인천항 사람들의 분노는 항만 안에서만 맴돈다. 분노를 잘 정제해 공공기관에 전달하고, 토론회를 열어 논의하고, 정치권을 통해 제도화하고, 사업화해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드는 일이 사실 더 중요하다. 이런 일이 주로 이뤄지는 곳은 인천항이 아닌 인천시청이 위치한 '구월동'이다.

인천항에서 구월동까지의 거리는 7~8㎞에 불과하다. 승용차로 20~30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인천항의 바른 목소리가 구월동에 고스란히 전달될 때까지, 인천항 경제를 키워 과실을 인천시민 모두와 나눌 수 있을 때까지 노력했으면 한다. 그 길에 함께할 수 있다면 기자로서 참 보람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