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경 논설위원

천년의 세월동안 무수한 사람들이 걸어온 로마의 돌길, 고풍스런 교회,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아래 푸른 포도밭옆으로 어디가 끝인지도 모르게 펼쳐진 밀밭. 삶에 지친 이들을 용기와 희망의 길로 인도한다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길. 2014년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푸른 바다의 전설', '윤식당'에 이어 최근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까지 스페인은 우리나라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는 선망의 대상이다. 지난해 이 곳을 찾은 관광객은 8100만명으로 스페인 인구의 1.7배에 달한다. 관광수입은 860억 유로(108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7%가 넘는다. 가히 굴뚝 없는 산업이라 할만하다. 이처럼 세계가 스페인에 열광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겨울에 따뜻한 스페인 날씨는 축복이다. 풍부한 햇빛에서 자란 원료는 음식의 질과 맛을 높여 준다. 로마·이슬람·가톨릭 등 다채롭고 유구한 역사 문화는 눈길을 사로 잡는다. 여기에 관광객들의 안전과 위생을 책임지는 세심한 관광정책은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중국 북서부의 위구르 자치구는 지난해 관광객이 1억50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전년에 비해 40%나 늘었다. 위구르 자치구는 주요 수입원인 관광산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 세계가 관광시장을 놓고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동력은 제조업이다. 그러나 최근 안으로는 높은 임금에 휘둘리고 밖으로는 후발 개발도상국 추격에 쫓기는 등 나라 안팎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낀 산업으로 전락하면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나마 수출을 지탱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도 앞날이 불안하다. 갈수록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인공지능(AI), 무인자동차, 바이오 등 미래산업이 떠오르고 있으나 길거리로 내쫓기고 있는 노동집약 근로자나 자영업자들의 새로운 일자리는 없다. 새로운 먹거리로 공장없는 굴뚝인 관광산업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일부에서는 한국이 관광 대국이 되기위해서는 자연 관광자원이 절대 부족하다고 한다.

중국 등 외국에 비해 부존 관광자원이 부족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관광산업이 자연경관이나 역사적 유물 등으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정부의 정책과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는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가 부족한데 대해 네탓만 할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미래 먹거리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