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품 너머 문화 만드는 '매력만점 창작소'

 

 

 

 

 

 


골목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길을 걷다 보면 나오는 골목들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공방'은 사람이 모이지 않는 도시에 사람을 모이게 해주는 공간이 됐다.

정체된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공방들은 공예품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문화를 만들고 있었다. 사람들을 골목으로 이끄는 그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부평과 주안, 구월동, 신포동에 위치한 공방들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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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공방 호작담
▲ 목공방 호작담
▲ '호작담' 김용호씨
▲ '호작담' 김용호씨

 

목공방 호작담
"나무는 같이 꿈꿀 수 있는 친구"


나무를 만지며 여유를 찾는 공간, 호작담은 지난해 3월에 만들어진 목공방이다. 공방을 찾는 이들은 다양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20대에서 50~60대까지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온다.

사람들은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풀고자 혹은 인생의 2막을 준비하고자 방문한다. 호작담의 주인장 김용호(31)씨는 자신의 인생 2막을 이곳, 호작담에서 이뤄나가고 있다. "여느 때와 같이 화사에 출근을 했어요. 하지만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혔어요. 만드는 걸 좋아해서 시작했던 일이었는데 정작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어요."

디자인 회사를 다녔지만, 자신만의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계같이 복사, 붙여넣기의 반복만 이어졌던 나날들. 그가 회사를 떠나 목공을 하게 된 이유다. 신중하게 돈을 쓰고, 계획을 세워 행동했던 그에게 공방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해본 일탈이었다.

"2016년, <젊은 목수들>이라는 책을 보고, 무작정 김성헌 작가를 찾아가게 됐어요. 그리고 퇴직금 전부를 투자해서 목공 수업을 듣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저의 새로운 삶이 시작됐어요.

이제 저에게 나무는 같이 무언가를 꿈꿀 수 있는 친구예요."
김용호씨는 실용성이 담긴 가구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모두는 이미 자신의 손으로 나무를 깎은 경험이 있다. 과거 미술시간 커터 칼로 연필을 깎던 그 기억을 더듬어 보자.

어쩌면 우리의 첫 목공예는 삐뚤게 깎은 연필일지도 모른다. 목공방에 대한 문턱이 낮아진 요즘, 공방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인천 부평구 신트리로 68-12 지하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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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듭공예 결 마크라메 작품
▲ 매듭공예 결 마크라메 작품
▲ '결 마크라메' 정지연씨
▲ '결 마크라메' 정지연씨

 

매듭공예 결 마크라메
"바쁜 일상에 힐링 됐으면"


손으로 엮어가는 감성. 이번 겨울 부쩍 실을 이용한 공예품들이 눈에 띈다.

그중 이름도 생소한 마크라메(Macrame). 아랍어로 '묶는다'를 의미하는 마크라메는 바늘이나 도구 없이 손으로 로프, 실 끈을 엮어 아름다운 매듭과 패턴을 만드는 서양식 매듭공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아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소품으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구월동에 마크라메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공방 '결 마크라메'를 운영 중인 정지연(34)씨는 경력단절 여성이었다.

"해외 사이트에서 마크라메를 발견해 취미로 시작하게 됐어요. 취미를 함께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소규모 강의를 하다가 지난해 4월에 공방을 차리게 됐어요."

가게 이름인 '결 마크라메'에서 그의 바람이 전해진다. 한자어 결(結)을 인용한 가게 이름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드렸으면 좋겠어요. 간혹 배움에 두려움이 있는 분들도 있지만, 하루하루 실력이 늘어나 작품을 완성하시며 기뻐하는 모습을 봤을 때 활력이 돋는 것 같아요."

정지연씨는 마크라메가 한순간의 유행이 아닌 코바늘이나 뜨개질처럼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삼을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한다.

어머니에게 배웠던 뜨개질을 생각하며, 한 땀 한 땀 매듭을 만들어 보자. 취향을 가미해 나만의 패턴으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마크라메는 새로운 매력이 되기에 충분하다.

인천 남동구 남동대로726번길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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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의 공방' 작품들
▲ '시월의 공방' 작품들
▲ '시월의 공방' 이수진씨
▲ '시월의 공방' 이수진씨

 

가죽공방 시월의 공방
"손 때 묻을수록 멋이 더해지죠"


기다란 책상에 둘러앉아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가죽의 결을 따라 재단질을 하고, 박음질을 한다.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주안동에서 '시월의 공방'을 운영 중인 이수진(28)씨는 요즘 순간순간이 보람차고 행복하다. 그는 대학에서 의상 디자인을 전공하고, 졸업 이후에는 다른 사람들 처럼 '회사원' 생활을 했다. 반복되는 일상에 그는 점점 지쳐가고, 결국 퇴사의 길을 택하게 된다.

"사람들이 회사를 다니면서 3, 6, 9, 12가 고비라고 말하잖아요. 저도 딱 1년 정도 됐을 때였어요. 너무 힘이 들었어요. 그리고 큰맘 먹고, 사표를 내버렸어요."

이수진씨가 일을 그만두고, 가게 된 곳은 가죽 공방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회사원 생활을 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성취감과 행복함을 '가죽'을 통해서 느끼게 됐다. 그렇게 배운지 약 3년 공방을 차리게 된다. 2016년 10월, 그가 공방 문을 연 날이다. 자연스레 공방의 이름은 '시월의 공방'으로 정해졌다.
"혼자 시작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특히 제가 없으면 공방이 운영 안된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이다 보니 힘들어도 계속 도전하게 되더라고요."
이수진씨는 쓸수록 세월이 켜켜이 묻어나는 것이 가죽의 매력이라고 한다. 손때가 묻을수록 멋이 더해지는 가죽공예.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만들고 난 뒤 얻는 성취감과 만족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공예품은 기성제품과는 다르게 정성이 깃들어져 있어 더욱 오래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천 미추홀구 인하로309번길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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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 세라믹 스튜디오 작품들
▲ 101 세라믹 스튜디오 작품들
▲ '101세라믹스튜디오' 곽지영씨
▲ '101세라믹스튜디오' 곽지영씨

 

도자기 공방 101 세라믹 스튜디오
"도예를 배우며 삶을 알게 됐어요"


소소한 행복을 빚다. 손길에 따라 각양각색의 모양이 만들어지는 도자기는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하다.

청일조계지 꼭대기에 둥지를 튼 '101세라믹스튜디오'는 물레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곽지영(37)씨는 도예를 전공하고, 개인 작업실을 6년 정도 운영했다.

"도예를 배우며, 삶을 알게 됐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많은 성장을 이뤘어요.

저에게 도자기는 힘들게 할 때도 많지만, 막연하게 계속하고 싶은 일인 것 같아요."
아직도 배울게 많다는 곽지영씨는 도자기의 기능성과 회화적인 느낌을 살려 도자의 색채나 선으로 미적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그의 도자기에는 자연이 담겨있다. 그의 손에서 하늘과 바다가 그려진다.

"일상에서 영감을 얻어요. 학부시절에 교수님들이 항상 도자기를 빚어야 된다고 말했어요. 당시에는 왜 그래야 되는지 의문을 품었는데, 요즘은 도자기를 빚고 있으면 영감이 떠올라요. 그리고 그것을 작업을 통해 구현해보려고 노력해요."

가마에서 완성된 도자기가 나오면 뿌듯함을 느낀다는 곽지영씨는 앞으로 개인작업을 통한 전시활동과 생활
도자기를 만들어 상품 판매에 주력할 예정이다. 또 원 데이 클래스를 열어 도예를 배우고 싶은 이들과 소통을 꿈꾸고 있다.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로51번길 28-1.

/글·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