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위원

여성 국회의원 2명의 진면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이 착잡하다. 문화관광위 소속의 한 의원은 나랏돈이 퍼부어질 근대역사문화공간에 무더기 부동산 쇼핑을 했다. 판사를 사무실로 불러 지인 아들의 재판을 청탁한 또 다른 의원은 법사위 소속이었다. 평소 '정의의 투사'를 자처하던 이들이기에 더욱 입을 다물지 못한다.
▶불현듯 오래 전의 비슷한 장면이 떠오른다. 2004년 당시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친일파 청산'에 올인했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대한민국', '기회주의자들이 득세한 나라'라는 좀 특이한 역사관을 내세웠다. 그러나 맨 앞장에 섰던 당 최고간부의 부친부터 창씨개명까지 한 일본군 헌병 오장(부사관) 출신이었다. 평소 항일독립운동가의 증손녀라던 중진급 한 여성의원은 부친이 일제 만주국에서 독립운동가들을 잡던 특무 경찰이었다. 친일청산을 외치던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그 유명한 고부군수 조병갑의 증손녀였다.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온전한 이가 어디 있으랴. 일제 강점기 그냥의 농부였던 기자의 조부도 창씨개명을 했다. 오래 전 낡은 토지대장을 뒤지다 알았지만 독립군의 후손이라고 떠든 적 없으니 그만이다. 문제는 자기는 전혀 아닌 척 상대방만 윽박지르는 이중적 심성이다.
▶오래 전의 한 선배기자는 고약한 술버릇이 있었다. 공무원들과 술을 먹다 좀 취하면 "이 탐관오리들아, 같이 먹고 살자"라고 소리 질렀다. 이미 익숙해진 공무원들은 "난 유황오리"라며 자리를 무마하곤 했다. 하루는 그 선배가 이 후배에게 공직자 감별법을 강의했다. 스스로 "깨끗하다"고 강조하는 이들은 반드시 탈이 나더라, 차라리 가만히나 있거나 "난들 얼마나 다르겠어"라는 이들이 더 깨끗했다는 거였다.
▶손혜원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다시 쳐다보였다. 선동열 국가대표팀 감독이 증인으로 나온 자리였다. "그 우승(아시안게임)이 그렇게 어려웠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선 감독이 비난받을 일이 있었다 해도 너무 했다. 전국체전 정도라면 모를까.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내부고발에 대해서는 더 독했다.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하고 순진한 표정을 만들어 청산유수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이러면서도 명동거리 중국관광객처럼 목포 부동산을 사 모았다니.
▶서영교 의원도 평소 "성범죄는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인 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벌금형으로 안되겠냐"고 했다. 지난 정권의 사법농단과 자신의 재판부탁은 어떻게 차별화할지 모르겠다. 차라리 가만히나 있었으면 나을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