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대형사립 재원생 소집일 강제로 시청
학부모 "모임 목적에 안 맞아" 불쾌함 토로

 

▲ '사립유치원 비리'로 떠들썩했던 동탄 지역에서 한 유치원이 사립유치원 옹호 영상을 학부모들에게 강제 시청시켰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다. 사진은 지난 16일 해당 유치원장이 학부모들 앞에서 영상, 사립유치원 관련 발언을 하는 모습(위쪽). 유치원 전경. /사진제공=학부모 제공


'사립유치원 비리' 파문이 일었던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 이번엔 한 유치원이 학부모들에게 사립유치원을 옹호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강제로 시청하게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다.

지역 내 대형 유치원으로 손꼽히는 이곳은 개원 1년 만에 교육비 부당 징수 문제로 행정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동탄 학부모들에 따르면 A유치원은 지난 16일 개최한 '재원생 예비소집일(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학부모 수백명에게 '사립유치원을 뺏으려 하지 마세요'라는 주제의 영상물을 보여줬다.

해당 영상물은 '유치원에 간 김교수' 시리즈 중 하나로,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가 만들었다. 김 교수는 다양성을 근거로 사립유치원 지원 확대 등을 주장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해당 영상물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사전 통지를 받지 않은데다 모임 목적에도 동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유치원 교과 커리큘럼 내용이 오갈 줄 알았던 학부모들은 10분이 넘는 영상물을 보는 내내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

A유치원장은 영상을 틀기에 앞서 강당 앞 석상에 나와 사립유치원 관련 발언도 했다. 학부모로부터 제공받은 녹취록을 보면, A유치원장은 "이걸(영상) 들려(보여) 드리고 싶었던 이유는 교육의 다양성이다. 사립유치원 특징이 교육의 다양성"이라며 "지금의 교육정책은 굉장히 큰 피해가 되는 교육"이라고 했다.

'강제시청' 논란은 사립유치원 비리사태와 유치원 3법통과 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던 지난해 12월에도 있었다.

이때 A유치원장은 '영어 참관수업'으로 강당에 모인 학부모들에게 사전예고 없이 이 영상물을 틀고, 사립유치원 자율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학부모들은 주장한다.

한 학부모는 "영상물 시청이 끝나야 참관수업이 진행되니까 보기 싫어도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며 "연달아 이런 행위를 하니 너무 싫다"고 불쾌한 기억을 떠올렸다.

A유치원은 또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지난해 11월 지역교육청이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정규교육과정 운영시간에 영어와 수영 등 외부강사가 진행하는 특성화교육과정을 불법 운영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은 그해 12월 학부모들에게 일괄적으로 추가부담하게 한 교육비(8개월분)를 환급 조치하라고 명령했다. 2017년 11월 개원한 A유치원은 개원 1년이 지나지 않아 경기도교육청이 실시한 특정감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A유치원 관계자들은 취재 질문을 일체 받지 않고, 유치원 출입도 막았다. 전화연락이 닿은 A유치원장은 "영상이 뭐가 잘못됐느냐. OT가 아니라 유치원이 처한 상황을 알려드리는 개인적인 사유로 모인 것"이라고 했다.

또 지난해 참관수업 당시 상황을 묻자 "그건 한참 지난 얘기라 기억이 없고, 모르겠다"면서 답하지 않았다.

/안상아·김현우 기자 asa8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