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포경위원회(IWC)는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를 통해 포경산업의 질서 있는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 1946년에 설립된 국제기구로 우리나라도 1978년에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필자가 언론사의 프랑스 특파원으로 파리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런던에서 개최된 IWC 총회를 몇 차례 취재하고 기사를 쓴 기억이 생생하다. ▶그 당시 IWC 총회는 고래자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미국 등 대부분의 유럽국가들과 포경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일본과 노르웨이 같은 전통적인 포경국가간의 대결장 같았다. 미국도 허만·멜빌의 명작 소설 백경(白鯨)이 상징하듯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대표적인 고래잡이 나라였다. 우리나라 동해안까지도 미국의 포경선들이 자주 나타났었다는 기록도 있을 정도로 고래잡이를 하던 미국대표단의 IWC에서의 자세는 고래의 수호천사 같았다. 고래가 멸종되지 않게 하기위해 상업포경을 금지해야 한다는 열띤 주장에 세계 평화는 물론 고래보호에도 앞장서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고래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조사자료와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IWC는 1986년부터 상업포경을 전면금지하기로 결정했다. 그 후 일본 등 전통적인 포경국가들에 대해 과학적 연구를 위한 포경을 일부 허용함에 따라 고래잡이가 암암리에 다시 시작되었고 포경금지 후 2013년까지 일본은 2만여 마리의 고래를 잡았고 이중 상당수가 시장에서 유통되자 국제사법재판소는 일본의 포경을 즉시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그 후에도 일본의 고래잡이는 계속되어 국제사회에서의 비판도 거세다. 지난해 일본이 잡은 333마리의 밍크고래 중 122마리가 새끼를 가진 상태였고 53마리는 아기 고래였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포경전문 연구가인 피터 커비시는 일본인 1인당 고래고기 소비는 2g정도여서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라는 주장도 허위라고 했다.▶고래잡이를 포기 못하는 일본이 드디어 IWC에서 탈퇴하여 30여년 만에 공식적인 상업포경에 나서기로 했다는 보도다. 그동안 고래보호단체들과 IWC의 끈질긴 노력으로 고래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일본의 변심은 고래보호와 개체수 증식에 노력해온 나라들과 단체, 그리고 개인들에게 충격적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후협약과 각종 국제기구에서 탈퇴하는 시점에서 일본의 IWC 탈퇴는 국제협약을 통한 지구촌의 질서를 무시하고 파괴하는 행동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