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준 정경부정치팀장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취임사 때 한 말은 지금도 국민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명언은 적어도 지금의 인천엔 적용이 안 되는 것 같다. 최근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이 그런 의심을 키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수도권은 예타가 쉽게 통과되는 반면 비수도권은 예타를 통과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강구한 방식이 예타 면제"라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의 주요 SOC(사회간접자본) 사업들이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300만 인천시민의 염원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B노선(GTX-B)' 건설 사업이 예타 면제를 받아 조기 착공할 가능성이 사라진 셈이다.
수도권·비수도권 가릴 것 없이 평등한 기회를 받고 다른 지역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 당당히 예타 면제를 받고자 했던 인천으로선 실망감과 함께 분노가 치밀 수밖에 없었다. 시민들은 "인천이 수도권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40년 넘게 인천에 살았다는 한 시민은 "인천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서울과 경기도가 다 가져가고 서울·경기의 쓰레기도 인천에서 받아 주고 있는데, 인천이 받은 수도권 혜택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GTX-B 사업은 문 대통령이 반드시 이루겠다고 약속한 수도권 상생 발전을 위한 공약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서울역을 거쳐 남양주 마석을 잇는 80㎞ 구간의 GTX-B는 인천과 경기, 서울을 아우르는 교통 체계로 수도권의 경쟁력을 높이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정부의 핵심 사업이다.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서울과 인천·경기 간에 광역철도망을 구축해 국가 균형 발전을 실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로도 읽혔다. 특히 GTX-B는 착공과 예타 통과 등 본격화된 GTX-A·C 사업과 맞물려 추진돼야 상승효과가 날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정부가 이번 예타 면제 사업에서 하나의 대한민국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갈라놓고 인천엔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는 속내를 알게 됐다. 인천이 이번에도 홀대를 받는다면 앞으로 정부에 대한 인천시민의 기대감은 사라질 게 뻔하다.
대통령에게 부탁드린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 짓지 말고 예타 면제 사업을 추진해 달라.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던 말을 꼭 실현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