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규모도 8배 … "수도권 배제 철회해야"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 짓는 게 의미 없었다. 인천 등 수도권이 요구한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 규모가 8조원대에 그친 반면, 나머지 14개 지자체에서 올라온 사업 규모는 6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신청 건수도 수도권이 5개에 머물렀고, 지방은 이보다 훨씬 많은 33개였다.

정부가 이런 규모의 차이를 고려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B노선(GTX-B) 등 수도권의 주요 사업을 예타 면제 대상에서 배제하려는 방침(인천일보 1월11·14·15일자 1면)을 철회하고 공정한 심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인천시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17개 지자체가 균형위에 제출한 예타 면제 사업은 모두 38개로 추정 사업비는 70조4614억원에 달한다. 수도권이 요청한 사업 규모는 인천·경기의 4개 사업에 '8조2037억원'이다. 동부간선도로 확장 사업을 요구한 서울은 사업비를 써내지 않았다.

지방에선 14개 지자체가 '62조2577억원' 규모의 33개 사업을 예타 면제 대상으로 신청했다. 사업비론 지방이 전체의 88%를, 사업 개수론 87%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1조원이 넘는 사업은 수도권의 경우 인천 송도국제도시~서울역~남양주 마석을 잇는 GTX-B 건설 사업 등 3개에 불과한데, 지방은 부산의 경부선 철도 지하화 등 무려 16개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예타 면제 사업 선정 자체가 지방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대로 사업 선정에서 수도권을 배제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GTX-B 건설 사업과 비슷한 규모의 지방 철도망 구축 사업이 이미 예타 면제가 확정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지역에서 신청한 5조3000억원대 김천~거제 남부내륙고속철도(서부경남 KTX·대통령 공약사업) 건설 사업과 관련, 이달 초 청와대 신년인사회를 다녀온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1월 중 서부경남 KTX 예타 면제 의결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예타 면제 사업이 정치적 논리로 수도권을 배제한 채 특정 지역의 '민심 잡기용'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이유다. 경남은 10조원이 투입돼야 하는 부산 제2신항 건설 사업에 대해서도 예타 면제를 신청한 상태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예타 면제 사업 방향이 정치적 논리로 흘러선 안 된다"며 "특히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자기 텃밭을 관리하는 인상을 받으면 인천 등 수도권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균형위는 1월15일자 인천일보 보도와 관련해 "예타 면제와 관련해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 중"이라며 "다만 수도권에 대해선 별도의 방안까지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