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실장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 위기의 해를 맞았다고 한다. 2019년 올해가 재복을 몰고 올 황금돼지의 해라고는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제각기 살길을 찾아 나서야 할 만큼 경제현실이 엄혹하다는 전망이다.
최저시급은 오르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새해 기자회견 발표문에서 사회안전망 없이 닥친 경제위기에서 일어섰지만 고용불안과 양극화를 피할 수 없었던 외환위기 때의 기억을 되살렸다.
1997년 말 시작돼 이듬해 바닥에 떨어진 IMF 외환위기, 금융위기는 한국경제를 혹독한 추위로 몰아넣었다. 40~50대 가장이 하루아침에 실직하는가 하면 비정규직이 양산됐다. 결국 고용은 매우 불안했다. 한 가정의 가장이고 한 회사의 대표가 갑작스러운 부도위기에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위태로운 대한민국이 반복되던 시절이었다. 우수기업들이 외국자본에 넘어가고, 줄줄이 도산했다.

1990년대 재계를 주름잡던 대농, 한보, 삼미, 진로, 기아, 대우, 미도파, 해태, 쌍방울, 청구, 뉴코아 등이 무너졌다. 고려증권, 동서증권, 한신공영, 극동건설, 삼양식품, 엘칸토 등도 경영난을 겪게 됐다. 당시 한 방송사는 파스퇴르의 화의 신청을 보도하면서 '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제목을 달았다. 삼립식품의 부도 소식에 '빵셔틀은 누가 하나'라는 화면 헤드라인을 띄우기도 했다. 900원이던 달러당 환율이 두 배를 뛰어넘는 2000원까지 치솟아 해외유학생들이 조기 귀국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국민 외채부담은 580만원에서 가구당 2320만원으로 늘어났고, 주가는 280대로 떨어졌던 20년 전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이제 실직과 가정의 붕괴를 체험했던 외환위기를 겪고 60대 중반의 장년이 된 그들은 안녕한 지 궁금하다.

지난해 고용률은 외환위기 시절보다 오히려 밑도는 수준이다. 끔찍했던 고용붕괴는 개선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가장 힘들고 아쉬운 점은 고용지표 부진'이라며 '과거의 실패를 거듭하지 않을 것이며, 양극화를 좁히기 위한 포용국가 건설'을 강조했다. 또 올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지난해 7530원보다 10.9% 인상됐다. 양극화는 사라질까. 하지만 최저임금의 인상 여파로 일자리가 부실하다. 한계치에 올랐다는 소상인들이 장사를 접고 문을 닫겠다고 한다. 최저임금 때문에 업주가 굶는 일도 막아야 하겠다. 고용을 줄이는 현실에서 인간의 온기가 식어가는 셀프 주문, 셀프서비스의 로봇 시대가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