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경 논설위원

잿빛 하늘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전날에 이어 14일 월요일 아침 출근길은 더 뿌옇다. 거리에 시민들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다. 고층 빌딩의 위쪽은 윤곽만 흐릿하게 보일뿐이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출근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잘 안난다. 인천과 경기, 서울 등 수도권에는 새해들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이틀 연속 발령됐다. 2005년 이전 등록된 2.5톤 이상 경유 차량은 운행이 제한되며 공공기관 차량은 2부제를 하고 주차장들은 폐쇄된다. 공공사업장과 공사장에선 단축 조업이 이뤄진다.

미세먼지는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며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것은 물론 경제활동까지 제약하고 있다. 겨울에도 미세먼지가 잦아지면서 삼한사미 (三寒四微)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3일간 한파가 이어지다 물러나면 4일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겨울 날씨를 비유해 생겨난 단어다.
우리는 미세먼지의 주범이 중국이라고 믿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가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52%가 미세먼지 원인을 중국이라고 답했다. 심증만이 아니다. 과학적 근거도 있다.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3년(2015~2017년)간 미세먼지 오염 원인을 분석한 결과 19~67%가 국외에서 왔고 겨울철에는 60% 이상이었다. 북한을 제외해도 30% 이상은 중국 탓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환경과학원의 집중측정소 데이터를 보면 중국과 가까운 서해 백령도에서 측정되는 초미세먼지 가운데 62.3%가 장거리 이동 오염물질이다. 수도권은 56.4%, 호남권 43.9%, 영남권 39.4%로 중국에서 멀리 동쪽으로 갈수록 수치가 낮아지는 것을 보면 중국이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인정을 하지 않고 있다. 중국 환경생태부는 지난 달 중국 공기질은 대폭 개선됐지만 한국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다소 높아졌다며 우리나라 미세먼지 오염의 중국 책임론을 부인했다.미세먼지 오염 원인은 나라 안팎 모두에서 찾을 수 있다. 나라 안 문제는 대책을 마련해 실행에 옮기면 된다. 하지만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는 우리가 아무리 대책을 세워도 풀수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미세먼지 대책을 한·중 정상급 의제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1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스모그와 초미세먼지가 양국의 국가적 현안이라며 공동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중국이 한·중·일 공동으로 연구한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LTP) 공동연구' 결과보고서 공개를 반대하는 등 실무협력이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는 하루빨리 실효성 있는 국내외 대책을 내놔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