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돼지 보낼때 고통 … 구제역 다신 없어야"
▲ 인천 서구 보건환경연구원 사무실에서 최재연(41) 검사관이 도축이 완료된 돼지 지육 검사를 하고 있다.

 

▲ 인천 서구에 위치한 보건환경연구원 소속 검사관 실험실에서 최재연(41) 검사관이 미생물 검사를 하고 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 인천 서구에 위치한 보건환경연구원 소속 검사관 실험실에서 최재연(41) 검사관이 미생물 검사를 하고 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동물병원 수의사 → 검사관 활동

방역 최일선 '축산 농가 파수꾼'

2010·2015년 구제역 발생 당시

가축 살처분 아픔 … 꿈에도 나와

인천 가축질병 청정지 유지 힘써

現 도축검사 양질 식육제공 목적



2019년 새해 기해년은 황금돼지의 해라고 한다.

인천에서도 돼지와 오래 전부터 남다른 인연을 맺고, 동고동락하는 사람이 있다.

인천 서구청부터 시청,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13년째 근무하는 최재연(41) 검사관으로 그는 구제역 등 가축방역의 일선 현장에서 축산농가를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구제역이 발병한 2010년, 2015년 더 많은 가축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애썼고, 현재 자리를 옮겨 돼지와 소 등 건강한 가축을 위생적으로 도축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인천이 올해도 작년에 이어 구제역으로부터 돼지가 안전한 해를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수의사 전공으로 맺어진 돼지와의 인연

최 검사관이 가축과 첫 인연을 맺은 건 대학 시절 때 부터다. 강원대학교에서 수의학을 전공을 선택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대학을 졸업한 후 2004년 경기도 분당의 한 동물병원에서 가축이나 반려동물을 진료하면서 수의사로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의학의 또 다른 분야인 축산물 위생에 관심이 커지면서 2년 만에 진로를 공무원으로 바꿔 검사관으로 일을 하게 됐다.

"대학 졸업 후 수의사로 처음에는 동물병원에서 소동물 임상을 했어요. 가장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수의사의 모습이죠. 가축 치료가 대표적인 수의학 분야지만 방역, 검역이나 우유·식육과 같은 축산물 위생도 수의학 분야라고 할 수 있어요. "

그는 서구청과 시청에서 6년간 수의·축산 분야 행정 업무를 맡았다. 2010년에 이어 2015년 강화군 등에서 구제역이 발병했을 당시 방역관으로 근무하면서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가축들을 살처분해야 하는 힘든 일을 겪었다.

그러나 축산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느끼는 보람이 더 컸다고 그는 말했다.

"민원인의 불편을 해결했을 때가 가장 보람차죠. 영세 영업자나 축산농민들의 경우 법과 제도를 몰라 겪는 불편들이 많습니다. 제 업무가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될 때 가장 즐겁습니다. "


▲아기돼지까지…구제역 되풀이돼선 안돼"

방역부터 축산 위생 등을 맡아온 그가 돼지와 함께 지내면서 가장 잊을 수 없었던 때는 되풀이돼선 안 되는 구제역 발병했을 때의 기간이다.

2010년에는 구제역이 특히 강화군과 서구 등으로 대거 확산되면서 농가는 막대한 피해를 입어야만 했다. 강화군 226농가에서만 한우, 육우, 젖소, 돼지, 사슴, 염소 3만여마리가 살처분됐다. 그는 구제역 발생 농장에서 짧게는 반나절, 길게는 며칠 동안 가축을 살처분해야 하는 일을 맡았다. 24시간 긴장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건 아기돼지들까지 떠내보내야 할 때였다.

"2010년, 2015년에 방역관으로 근무했었죠. 당시 감정은 접어두고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지만 마지막에 아기돼지들까지 살처분하는 상황에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심정에 상당히 참담했어요. 당시 많은 공무원들이 구제역 방역업무에 동원됐는데, 그 분들도 같은 심정이였을 겁니다. "

당시 너무 강렬했던 기억에 꿈에서 가축들이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악몽까지는 아니고 잠시 떠오르는 정도지만 겪고 싶지 않는 돼지 꿈입니다. 물론 더 많은 생명을 살리고 국가 방역정책으로서 어쩔 수 없이 했던 일이지만,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길 바랍니다. "

▲가축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인천

인천을 가축질병 없는 청정지역으로 유지하기 위해 힘써온 그는 현재는 양질의 식육을 유통하기 위한 도축 검사를 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축산물을 제공하면서 축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오늘날 소비자들이 식품을 구매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기준이 가격이 아닌 믿을 수 있는 제품인지 여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가 키우는 가축은 도축이라는 과정을 거쳐 식육으로 가공이 됩니다. 그 과정에서 건강한 가축이 위생적으로 도축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한편, 미생물 검사와 항생제 잔류물질검사 등을 통해서 안전한 식육이 유통될 수 있도록 감독하고 있어요. "

돼지해를 맞아 그는 가축전염병을 원천 차단하고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축산물을 제공하는 일을 꾸준하게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금 동유럽과 중국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는 가축전염병이 지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발병 시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데 국경 검역과 철저한 방역으로 국내 축산관계자 모두 행복한 돼지해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

/글·사진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