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정치경제부차장


지난 연말 정치권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한 선거제 개혁 논의에 착수하기로 합의했지만, 불과 보름여 만에 다시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앞서 여야 5당은 지난달 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원포인트 개헌 논의에도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기간을 연장해 선거제도 개혁 방안을 논의토록 하고 비례대표 확대, 의원정수, 지역구 선출방식 등은 특위의 합의에 따르기로 했다. 선거제 개혁 관련 법안은 이번 달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서 합의와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서 관련 논의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소선거구제를 골자로 한 현행 선거제도는 정당득표율과 의석 수의 불일치로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정당득표율이 25.5%로 3위를 했지만, 의석은 123석(41%)으로 제1당에 올랐다. 당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도 의석 122석(40.7%)을 차지해 의석비율이 당득표율 33.5%를 훨씬 웃돌았다. 반면에 당득표율이 26.7%로 2위였던 국민의당은 의석 수가 38석에 그쳤다. 현행 선거제가 거대양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사표(死票)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 정원을 늘려야 하는 것이 걸림돌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 수준이기 때문이다. 유치원 3법과 김용균법 처리를 위해 소집된 지난달 27일 본회의조차 불참한 채 여야 의원들이 줄줄이 외유를 떠나 국민들의 불신이 절정에 달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 정원을 늘리는데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국회의원의 정원을 확대하는 것이야말로 정치권을 개혁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정치인이 과도한 특권을 누리는 이유는 그만큼 주어진 권력이 크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숫자가 늘어나면그만큼 국회의원 한 명이 행사할 수 있는 권력도 분산될 수 밖에 없다. 또, 국회 입법과정의 첫 관문인 상임위 법안 소위에는 10여명 안팎의 의원들만 배치돼 있어 이해 당사자들의 압력이나 로비가 수월할뿐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도 반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선거제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이자 지난 총선 당시 제 1·2당의 총선공약이기도 했다. 여야는 당초 합의한대로 1월안으로 선거제 개혁의 성과물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