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 언론인

 

새해는 아침신문에 실린 신년사로 시작한다. 물론, 대부분 하나마나한 얘기거나 먹잘 것 없는 말들의 성찬이다. 그런데도 찾는 건 헛된 허기거나 습관일 거다. 올해도 남북 정상을 비롯해 미·중·일 등 주요 정상들 메시지를 훑는 것으로 새 아침을 맞았다.

올해 국내외 신년사 중 압권은 단연 북의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다. 내용이야 듣는 이 입장 따라 제각각 달리 들리겠다. 하지만 전통적 전달 방식을 버린 파격적 변화는 그들의 욕망하는 바를 드러내 보인 또 다른 메시지로 읽혔다. '집무실'이라는 공간에서 '1인용 소파'에 앉아, '양복과 넥타이' 차림으로 '녹화' 발표했다는 것 자체가 갖는 의미가 적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이런 변화는 수 십 년 이어져온 '전통적 의식'에서 '현대적 퍼포먼스'로의 전환이다. 아울러 전환 뒤에 깔린 키워드는 당연히 북의 강력한 통치자 김 위원장의 욕망 또는 바람을 뒷받침한다. 그가 말과 글로 전한 수많은 평화, 통일, 비핵화 등에 대한 메시지에 이미지 퍼포먼스가 더해지면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거란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실제 지난해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 간의 만남 과정이 대부분 영상으로 널리 퍼지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확산된 것만 봐도 그렇다.

북의 김 위원장과 달리 남의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첫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새해인사를 전했다. 메시지의 요지는 '삶에 도움 되는 평화'다. 분량은 200자 원고지 한 장 남짓인 216자. 새해가 밝았느니,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다는 등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모두의 삶이 나아지도록 노력하겠노라 다짐했지만, 위로 안 되는 얘기다. "촛불의 마음 잊지 않겠다"는 것 역시 사족이다. 내용도 그렇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다는 건 적절치 않다, 대통령의 메시지니 언론 통해 두루 전달됐지만, 부실한 메시지가 적절치 않은 그릇에 담긴 모양새다.

이처럼 부실하고 부적절한 신년사는 나라밖 정상들이 내놓은 '100년의 큰 변화와 자력갱생(시진핑)' '모든 것 이길 것(트럼프)' '전후 외교 총결산(아베)' '국제 협력 수호자(메르켈)'등과 대비되면서 입맛이 더욱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