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란 전곡선사박물관 선임연구원
황연정 실학박물관 교육학예사
▲ 전곡선사박물관 이미란 선임연구원이 인천일보와의 인터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이미란 전곡선사박물관 선임연구원
구석기 체험, 도민 누구나 누리도록 

가죽 옷을 입고 돌칼로 고기를 쓱싹, 아이들 눈이 휘둥그레진다. 마치 원시인으로 돌아 간 듯 선사체험 프로그램을 하며 웃음 짓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즐거움이 느껴진다. 연천군 전곡리에서 동아시아 최초로 발견된 아슐리안 형 주먹도끼는 세계 구석기 역사를 뒤흔들 만큼 놀라운 발견이었다. 당장이라도 주먹도끼를 든 구석기 선사인들이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전곡선사박물관으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선사박물관 길라잡이 이미란(43) 선임연구원을 만났다.

"문화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 모두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주어진 몫을 다하는 연구원이 되겠습니다."
최초의 인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모형이 세워진 전시관 사이로 이미란 선임연구원이 걸어온다. 그 풍경이 무척 인상깊다. 오백만년 전 선사시대에 있는 건지, 2018년 대한민국에 있는 것인지, 이 선임연구원이 건넨 밝은 인사가 정신을 들게 했다.

이미란 선임연구원은 2013년부터 줄곧 전곡선사박물관에서 다양한 선사문화 기반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의 개발과 활동들을 맡아오고 있다.
그녀가 소속된 전곡선사박물관은 '한 번도 가지 않은 어린이는 있어도 한번만 왔다간 어린이는 없다'고 불릴 정도로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책으로만 보던 선사시대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도 인기 비결 중 하나이다.

"선사박물관의 대표 유물 주먹도끼를 감상할 수 있고 인류의 진화과정이나 선사시대의 체험들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다 보니 많이들 찾아와 주시고 계세요."

선사박물관의 전매특허 프로그램 '가족캠프'는 모집 공고를 낸 지 10분 만에 마감이 될 정도로 전국 각지에서 몰려오고 있다. 직접 전시장 내에서 원시인들이 입었을 법한 가죽 옷을 만들어 입고 바비큐도 굽고, 석기도 만들며 1박2일 동안 다채로운 구석기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전곡선사박물관이 아이들이 방문하는 문화기관의 첫 기관일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과 교구재 등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박물관', 연천 지역 특성을 반영한 군부대 장병 프로그램 '꾼아야 놀자' 등도 선사박물관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냥, 발굴, 막집 짓기 등 체험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는 전곡선사박물관은 호응도가 높다. 특히 저렴한 비용으로 참여가 가능한 이곳의 교육체험 프로그램들은 지역민들 뿐만 아니라 문화소외계층의 기회 확대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장애인 분들이나 어르신 분들은 박물관의 방문이 어렵기 때문에 저희가 직접 찾아가는 박물관을 마련했죠. 또 군부대가 많은 지역 특성상 군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특히 부대 내 부적응 병사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심리적으로 좋은 경과가 보여질 때 참 보람되더라고요.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이들이 교육 후 전해 주는 감사의 인사는 제가 살아가는 원동력이 돼 주고 있습니다."

이 선임연구원은 경기문화재단에 몸 담은 지 올해로 16년차인 베테랑 연구원이다. 그녀에겐 한결같이 지켜온 철칙이 있다.

"부담스럽지 않은 교육이요. 비용적인 측면을 낮춰 많은 분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애쓰는 것이 저의 소명이죠. 또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보다 즐거운 교육을 제공하고 자신이 만든 결과물들을 가지고 나중에도 그것들을 보면서 다시 선사박물관을 찾도록 하는 것이 저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이 선임연구원이 한껏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제 아이가 묻더라고요 엄마는 꿈이 뭐냐고, 그래서 도리어 아이에게 엄마의 꿈이 뭐였으면 좋겠냐고 물었죠. 그러자 아이는 선사박물관의 주인이라 말하더군요. 웃으며 넘긴 대화였지만 선사박물관의 주인인 도민 분들을 위해 오래도록 선사박물관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해시태그 토크
#암호해독기 #엔터테이너 #프로워킹맘
전시의 암호와 상징을 해독해 이용객의 이해를 돕는 일을 하고 있죠. 또 마치 선사박물관의 교육프로그램은 연예인처럼 관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하기에 엔터테이너를 저의 키워드로 꼽겠습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 실학박물관 황연정 교육학예사가 인천일보와의 인터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 실학박물관 황연정 교육학예사가 인천일보와의 인터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황연정 실학박물관 교육학예사
다산의 정신, 소풍 온 듯 배워가세요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우리나라 최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 뛰어난 재주에도 평생 비방과 기림속을 곤고히 살아가야 했던 역사적인 인물로 그를 설명한다. 18년간의 유배 생활 속에서도 청렴 정직으로 일관해왔던 다산. 그의 정신과 사상이 녹아든 실학박물관에서 다산을 닮은 정직한 교육자, 황연정(35) 교육학예사를 만났다.

"저의 철칙은 정직함입니다. 저 스스로도 정직해야 하고 진실된 프로그램으로 도민들을 만날 때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려한 경관들 사이로 강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한적한 시골 마을 앞에 도착한다. 다산 정약용의 생가 유적이 자리한 남양주 조안면에는 그의 사상과 철학을 기리는 실학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이 문을 열기도 전, 이른 아침부터 그녀가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취재진을 맞이한다. 황연정 학예사다.

황연정 교육학예사는 2015년부터 3년째 실학박물관에서 실학사상을 기반으로 한 교육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들을 해오고 있다.
"처음 실학박물관에 와서 실학을 접했을 때는 너무 어렵기만 했어요. 그래서 드는 생각이 실학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는거였죠."

그래서 탄생하게 된 '실학 소풍' 교육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그녀가 몸소 실학을 공부하면서 부딪쳤던 과정을 토대로 도민들이 실학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연극, 과학, 생태, 캘리그라피 등 다양한 형태로 선보인 교육 프로그램들은 실학박물관의 대표 브랜드가 됐다.

"실제 박물관 일대는 나들이 명소로 유명해요. 박물관을 방문하기 위해 오시는 분들보다는 주변에 놀러왔다가 들르는 경우가 많아요. 거기서 착안한 프로그램이 실학 소풍 프로그램입니다."

올해로 10년째 경기문화재단에 몸담으며 '교육자'라는 사명감 아래 한 길만을 묵묵히 걸어온 그녀는, 2014년도 당시 남한산성세계유산 등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재원이기도 하다.

"남한산성 세계유산 센터에 근무하면서 주민 협력사업을 담당했어요. 당시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가 이어졌고 주민 한분 한분을 교육을 통해 설득하는 역할을 했죠. 마을 신문을 만들고 문화재를 활용한 교육 등 이 과정들이 모여 마침내 남한산성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시킬 수 있었습니다."

대학 시절, 박물관 도슨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박물관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가장 큰 흥미를 느꼈다는 그녀는 문화재단 입사 이후 10년 동안 교육을 통해 도민들을 만나오고 있다.

"교육할 때 감동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좋은 내용이라도 전달방식이 재미가 없으면 누구도 기억에 남겨가질 못해요. 일단 저부터 재미있어야 가르치고 싶어지거든요."
최근 그녀는 문화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교육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다문화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지역 사회의 큰 반향을 이끌어 냈다.

"일대에 다문화가정이 많아요. 다문화 어린이나 가정에 대한 행사지원은 정책적으로도 많지만 이주여성만을 위한 프로그램은 드물었죠. 모국을 떠나 온지 오래된 이 여성들을 위해 소풍의 시간을 주고 싶었어요. 한 번은 프로그램 참가했던 여성분이 소중한 경험을 했다며 눈물을 흘리셨는데 도리어 제가 감사하더라고요. 보람된 순간이었습니다."

10년간 쉼 없이 달려온 그녀에게는 한 가지 변함없는 소신이 있다.
"제 직업은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오시는 분들에게 좋은 프로그램으로 기쁨을 주는 직업입니다. 수많은 직업이 있지만 제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삶을 윤택하고 즐겁게 만들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해시태그 토크
#행복한 에너지 #멀티 삶 #교육기획
행복한 에너지는 스스로 에너지 많은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고 실학박물관 내에서 다양한 업무를 해오면서 말 그대로 멀티플레이어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 멀티 삶이라는 키워드를 꼽았습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