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제서야 갯끈풀 대책에 나선다고 한다. 만시지탄의 느낌을 금할 수 없다. 외래 생물인 갯끈풀은 특히 갯벌이 발달해 있는 인천 연안에 10여 년 전부터 집중적으로 생장해 지역 어민들의 골칫거리가 돼 왔다. 해마다 빠르게 번져 나가면서 갯벌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늦었지만 더 확실한 대책이 요구된다. 이대로 가면 천혜의 인천 갯벌을 아예 잃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본래 대서양 연안에 자생하던 갯끈풀은 이제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태평양 연안까지 분포하고 있다. 한번 뿌리를 내리면 워낙 생장력이 왕성한데다 뿌리와 잎이 매우 밀집해서 자란다. 갯벌을 녹색 사막으로 황폐화시키는 수준이다. 갯벌의 1차 생산과 먹이망까지 파괴시킨다.

갯벌의 1차 생산은 갯벌 표면에 있는 미세 규조류가 담당한다. 이 미세규조류가 햇볕을 받아 광합성을 하면 갯지렁이나 조개, 게의 먹이가 된다. 갯벌이 갯끈풀로 뒤덮이면 이같은 먹이망이 끊기게 된다. 해마다 50%씩 성장해 나가지만 근본적인 퇴치가 어려운 것이 문제다.
인천에서는 2008년 강화도 남단의 동막갯벌에서 처음 발견됐다. 지금은 인천 영종도를 비롯, 충남(서천), 전남(진도) 등 6개 지역에 3만1333㎡ 규모로까지 퍼져있다. 이 중 99% 이상이 인천에 분포해 인천지역 어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한번 자리 잡으면 서식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칠면초와 같은 갯벌 생물들을 고사시키고 조개, 게, 낙지 등의 서식지까지 빼앗는다.

해수부가 갯벌 생태계를 훼손하는 갯끈풀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갯끈풀 중기 관리계획(2019∼2023년)'을 수립, 내년부터 추진해 나간다고 한다. 그러나 대책이 좀 느슨해 보인다. 갯끈풀 군락 규모에 따라 관리방안을 차별화 하고 갯끈풀 관리체계와 제도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갯끈풀 대응을 위한 주민 홍보 확대도 대책의 하나다. 갯끈풀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는 하지만 내용이 너무 없다.
강화도 갯벌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자연유산이다. 그간 지역 어민들은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으나 갯끈풀의 생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소극적인 관리계획을 넘어 근본적인 대책이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