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11일 검찰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한 채 기소됨에 따라 정치적 위기에 놓였다. 그는 끊임없는 의혹제기와 이어진 경찰과 검찰 수사에 격분하고 저항했으며 때로는 달관한 듯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
사정 당국 수사 과정의 변곡점들을 지날 때마다 그의 복잡미묘한 심경과 처지를 직설적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지난달 17일 오전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경찰이 수사가 아닌 B급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사슴을 말이라고 잠시 속일 수 있어도 사슴은 그저 사슴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혜경궁 김씨'로 더 잘 알려진 '정의를 위하여' 트위터의 계정주는 부인 김혜경 씨이며,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이라고 밝힌 날이다.
지난 10월 28일에는 경찰의 친형 강제입원 직권남용 혐의 조사와 관련해 의혹 부분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촛불정부 소속 경찰이라 할 수 있느냐? 국민의 법정에 맡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준 떨어지는 수사', '혜경궁 김씨 계정 소유주가 아내가 아니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경찰이 밝힌 스모킹건이 허접하다' 등 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해 경찰에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또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조사하면 다 밝혀질 일"이라며 "인생지사 새옹지마(塞翁之馬) 아니겠냐. 사필귀정(事必歸正)일 것이라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검찰 조사 이후 나흘 만에 SNS에 올린 글에서는 "지금 광풍에 어둠 깊으나 곧 동트는 희망새벽이 올 것"이라고 한 뒤 "동지와 성원하는 국민이 계시다. 백절불굴 의지로 뚜벅뚜벅 가겠다"라고 했다. 현 위기 탈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 지사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착잡함과 비애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10월 13일 배우 김부선 씨 등이 거론한 자신의 '신체 특징'에 대해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입장을 밝히면서 "다시 장판교 앞에 홀로 선 장비의 심정이다. 그러나 친구와 지지자 여러분을 믿고 든든하게 버티겠다"라고 썼다.

경찰이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주가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라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검찰에 송치한 지난달 19일 그는 "경찰이 진실보다 권력을 선택했다"고 비난한 뒤 "때리려면 이재명을 때리고, 침을 뱉어도 이재명에게 뱉으라. 가족을 이 싸움에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