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운 인천대 교수·녹색환경지원센터연합회장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 참석차 폴란드 석탄산업의 중심지 카토비체를 다녀왔다. 유엔에서는 석탄산업의 중심지에서 총회를 개최하여 세계적 공동 관심사인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다. 12월 3일부터 14일까지 마라톤회의로 진행되는 금년도 총회에는 200여국에서 정부협상대표와 전문가, NGO등 2만여명이 참석하여 기후변화로 인한 세계적 재앙을 막기 위한 각종 논의와 결정이 이루어진다. 이번 당사국총회는 올해 말까지로 예정된 파리 기후변화협정의 세부 이행규칙(rule book)을 마련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이지만 몇몇 회원국들이 협정이행에 비협조적이어서 최종 이행안 도출에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직전에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제외한 19개국은 파리 협정을 되돌릴 수 없다며 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사실이다.
총회 개막식 연설에서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사무총장은 수천 명의 참석자들을 향해 "인류가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다"며 기후 행동의 적극 추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온실가스의 감축, 파리협약 이행지침의 도출을 요청하였다. 아울러, 그는 기후 활동을 위한 자금 지원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적극적인 기후 행동은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는 사회 경제적 의미를 강조하고 기후변화 대응에 전 세계가 적극 노력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번 카토비체회의에 참석하면서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기회를 가지면서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 실천에 적극 나서도록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는 기후변화가 생각보다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이로 인한 미래가 매우 걱정된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얼마전 인천 송도에서 열린 IPCC회의에서는 2100년까지 온도상승을 1.5도로 제한하는 내용을 의결하였다. 파리협약에서 나타난 2도까지 온도 상승을 허용하는 경우 전 지구적으로 너무 큰 영향과 문제점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 감축내용이 이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에서 추인 받을 것으로 기대해 왔었다. 그러나 트럼프 집권이후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미국, 중국과 인도등 세계의 공장이라 일컬어지는 국가, 사우디아라비아등 원유 생산국들의 소극적 태도로 이를 관철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며, 이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미래세대에 주어질 것으로 전문가들과 NGO들은 걱정하고 있었다. 우리는 2도 온도상승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금년도에 유래없는 무더위를 경험했고 무더위가 재난으로까지 지정된 것을 감안해보면 미래가 어떨지 가늠해 볼 수 있다. 평균온도 2도 상승은 여름에 4∼5도 이상의 온도 상승을 의미하며, 폭우, 가뭄, 엄청난 생태계 변화등을 경험할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유산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어느 정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지속되어야 하며, 정부와 국민들이 함께 힘을 합하여 이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둘째로, 우리나라가 기후변화대응 불량국 중 하나로 꼽힌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적극 실천하는 일이다. 지난 20년간 국내 온실가스 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제일 높다는 사실과 유엔환경계획(UNEP)의 최근 '제9차 2018 배출량 갭 보고서'에서 작년 세계 CO₂ 배출량 감축목표에 미달한 나라에 우리나라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감축은커녕 오히려 배출량이 늘었다는 지적을 우리가 깊게 받아들여야한다.

셋째는 기후변화 대응 모범국가가 되겠다며 각종 혜택을 부여하면서 GCF 본부를 유치한 우리나라의 역할을 다시 짚어보는 일이다. 이사국도 되지 못한 상태에서는 역할도 미미하다. 더군다나, 몇몇 나라들이 출자금을 납부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때 우리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우리가 당장의 무역량 증가에 만족하기 보다는, 지구인 모두가 걱정하는 기후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로드맵을 만들고 우리의 외교역량도 동원하여 GCF를 측면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아울러, 자연스럽게 GCF에 영향력도 키우는 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