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오늘 마을 근처를 지나다 벽에 그려진 아버지의 그림을 만나고 너무 반가웠다.
목수였던 아버지는 선재도에 많은 집들을 지으셨는데 마지막엔 꼭 이런 흔적을 남겨놓으셨다. 어렸을 적 벽화가 그려진 집들을 보며 아버지가 지은 집이라고 친구들에게 우쭐했던 기억이 있는데, 나이를 먹어 수십 년 지난 이 벽은 세월의 때가 더해져 쓸쓸해 보인다.
아마 요즘처럼 타일이나 소품이 없던 시절, 미장만 해놓은 흰 벽이 허전해서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리셨나보다.
시멘트로 그린 날개. 이 섬에서 젊은 아버지도 지금의 나처럼 날고 싶었던 걸까?
고향땅에서 사진을 찍으며 파랑새를 찾고 있는 내 모습이 이 벽에 그려진 날개와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세월은 이렇게 흘렀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곳이 비슷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아버지의 또 다른 날개를 찾기 위해 마을을 조금 더 어슬렁거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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