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도내 신도시 일원에서 열 배관 파열 사고가 잇따라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고양시 백석역 인근 열 배관이 터지면서 4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인근 아파트 단지 2800여 세대도 한파 속에 난방과 온수가 끊겨 불편을 겪었다. 올들어 세 번째다. 사고의 배경에는 부실한 배관 점검과 유명무실한 누수감지시스템, 구멍 난 안전관리규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지역난방공사에 의하면 이번에 파열된 온수배관은 1991년에 매설된 27년 된 배관이다. 특히 이번 사고 인근 지역인 고양시 백석동에서는 2016년에도 같은 이유로 열 공급이 중단된 바 있었다. 올 초 분당에서도 2건의 같은 사고가 발생했기에 노후 열 배관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종배 의원(자유한국당)이 지난 6일 한국지역난방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장기사용배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묻혀있는 길이 2164㎞ 배관 중 20년 이상 사용한 배관은 686㎞다. 전체 32%에 달한다. 이들 노후관의 상당수가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와 서울 강남 등에 매설돼 있다. 이에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간다.
이 와중에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안일한 운영실태가 도마위에 올랐다. 공사 측은 사고 당일 약 6시간 전에도 배관의 균열 등 10개 항목을 점검했으나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고양시 일산 동구지역 열 배관 123㎞를 단 두 명이 육안으로 점검했기 때문이다. 정밀 점검은 기대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누수점검시스템을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1990년 열배관 누수 감지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이후 파손과 노후화로 인해 현재는 신뢰할 수 없는 상태다.

안전관리규정도 지적됐다. 집단에너지사업자는 안전관리규정을 두고 있는데 유지·보수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노후화된 배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결국 이번 사고는 열 배관 관리실태가 총체적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열 배관은 집집마다 난방과 온수를 공급해 겨울철엔 필수적인 주요 시설이다. 허술한 열 배관 관리로 국민이 불안에 떠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