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고차 수출산업 빨리 끼어들었어야
[취재수첩] 중고차 수출산업 빨리 끼어들었어야
  • 박진영
  • 승인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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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정치경제부기자

 

지난달 26일 인천 연수구 옛 송도유원지 중고차 단지에 발을 들였다. 아델 모하마드 아다일레(Adel Mohammad Adaileh) 주한 요르단 대사가 오기 전 몇몇 사람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승용차를 몇 대나 싣고 있는 카캐리어가 입구에서부터 굉음을 냈고, 차 사이사이를 헤집고 들어가니 여기저기에 차가 잔뜩 이었다.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세워뒀겠지만, 외부인이 볼 때는 무질서할 뿐이다.
안내를 받고 한참을 걸어 들어갔다. 지붕만 간신히 얹어진 건물이 보였다. 옛 송도유원지에서 코끼리 사육장으로 쓰던 건물이라고 한다. 중고차 업체들은 사육장 내부를 조금씩 나눠 사무실로 쓰고 있다. 사무실 문 옆에는 점심 무렵 먹었을 법한 짜장면 그릇들이 오후 늦게까지 치워지지 않고 방치돼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장실이 고장 났는데 고칠 수가 없어 그냥 두고 있다"며 부끄럽다는 듯 웃었다.

중고차 수출 산업은 인천에서 정말 무분별하게 커졌다. 무질서한 송도유원지 중고차 단지가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우리가 인천을 찾아온 산업을 그냥 방치한 덕분이다. 진작 깔끔하고 질서 있게 정리했어야 했다.

그동안 관이 중고차 수출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은 오로지 '민원'이었다. 관은 지역 주민들이 항의하면 중고차 단지를 쫓아낼 듯 시늉했다. 그런데 내보내지도 못했다. 관의 선택은 잠시 시끄럽지 않게 잠재우는 것뿐이었다. 그동안 중고차 수출 산업은 알음알음 커졌고, 이제 전체 수출액을 따지면 조 단위를 훌쩍 넘을 정도다.

그런데 중고차 단지가 다른 지역으로 나간다니 이제야 난리가 났다. 막상 내보내자니 인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큰 탓이다. 중고차 수출 물량은 내항물동량 2000만RT(Revenue Ton·용적t) 중 15% 수준이라고 한다. 중고차가 사라지면 내항 하역사 인천내항부두운영㈜의 경영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고, 항만 일자리 수백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물동량 말고도 중고차 산업이 지닌 잠재력을 타 지역에 단번에 뺏길 수 있다는 점도 문제고, 바이어들이 숙박업소와 음식점을 이용하며 발생하는 경제효과도 아깝다.

시장에 맡겨야 할 때가 있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때가 있다. 중고차 수출 산업에는 진작 끼어들었어야 했다. 중고차 단지 대체 부지를 마련하는 것을 넘어, 이 산업을 인천에 어떻게 안착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고, 실천에 옮겼어야 했다. 그동안 뒷짐만 지고 있던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는 이제야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이제 남항 자동차 물류클러스터 사업을 다시 추진할 지, 인천내항 4부두에 자리를 내어 줄 지, 그냥 중고차 산업을 떠나보낼 지 선택할 때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달고 싶다. 시와 항만공사는 이번 이슈를 다루는 주요한 기관이다. 너무 당연하게도, 서로 신뢰를 가지고 협력해야 중고차 단지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내 일과 네 일을 나누거나, 손톱만한 이해관계를 따지는 경우가 눈에 보였다. 그런 태도는 일을 그르치기에 딱 좋다. 부디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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