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숙 백석대 교수·마인드웰 심리상담센터 상담사


사람들이 화를 내는 이유들은 매우 다양하다. 세 살짜리 아이도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발끈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분노의 감정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도 있고 상대를 제압하고자 하는 기능도 있다. 왜 우리는 화를 내는지 살펴보면 첫째는 나에게 달갑지 않은 일이 발생했을 때다. 누구나 우리는 타인과 존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자신의 시간이나 공간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자신의 영역에 침범을 당하거나 안전을 위협받게 되면 화가 난다. 약속시간에 상대방이 늦게 나타난다든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비난받는 경우, 내 차에 접촉사고를 내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 등이다.

두 번째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일이 고의적으로 발생한 것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화가 난다. 내가 주차를 대기 중인데 다른 사람이 주차를 해버린 경우, 마치 알고도 하는 것 같아 더 화가 난다. 그래서 상대방의 행동이 의도적인가 비의도적인가에 따라 반응이 완전히 다르게 나타난다.
배우자나 사장이 사전에 아무 말도 없이 일정을 마음대로 변경하는 경우 어떤 의도성이 없을 지라도 화를 불러일으킨다. 상대에 대한 배려성이 부족한 경우는 대인관계에서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감정은 우리를 분노하게 한다. 화를 내는 것은 정직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판단이 잘못된 경우도 있고 위협적이거나 적대적으로 나타난다. 분노는 혼란스러운 감정으로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킨다.

세번째는 내 가치나 신념체계가 다른 사람과 상반되어 맞지 않았을 때 화를 낸다. 보편적인 가치 가운데 하나가 상호성이다. 대인관계에서 주고받는 것이 비슷해야 하는데 누군가는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들 때 화가 난다. 특히 부모자녀관계와는 다르게 연인관계나 배우자 간에는 자신이 상대방보다 더 많이 베풀고 노력하는 만큼 보상되지 않을 때, 내 뜻대로 무언가 되지 않을 때 우리는 화를 낸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 가운데 "세상은 공정해야 해", "잘못한 사람은 반드시 응징의 대가를 받아야만 된다", "사람들은 내가 한 것 만큼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해야 한다"는 가치들은 현실 속에서 상반되게 부딪히게 되면 화를 내고 극단적인 감정을 유발하게 된다. 때로는 분노가 정당화될 수는 있지만 광분이나 격분으로 폭발하게 되면 더 큰 해로운 영향을 미치게 되어 '두 얼굴의 사나이 헐크'처럼 변한다. 평소에는 얌전하고 내성적이지만 한순간 분노의 발작으로 통제 불능이 되고 광분상태가 되는 사람을 '헐크성 장애'로 본다.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은 유년기의 폭력적인 부모 밑에서 학대나 유기경험을 당한 경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현대심리학자들의 결론은 화를 발산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화는 관상동맥 심장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주범으로 본다. 분노를 공공연하게 자주 표현하는 성급한 사람들은 일반인보다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대략 5배나 높다고 보고한다.

자신이 왜 화가 나는지를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생각이 감정을 만들고 행동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화가 나도 헐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상황을 다시 판단할 수 있는 차분함과 화가 난 이유를 분명히 알아야하고 그것을 상대에게 정확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정의감이나 자신의 가치에 사로잡혀 분노에 휩싸이게 되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는 자신의 당혹감을 보다 빨리 그리고 보다 공개적으로 표현하여 분노나 원한이 발생될 소지를 줄일 필요가 있다. 공격자에게 때로는 차분하고 분명하게 말할 줄 알아야하고 문장도 고쳐줄 줄도 알아야한다. 사람을 탓하는 대신에 행동에 집중하여 표현하여야 한다. 자기통제가 어려울 때는 그 자리를 피하여 잠시 화를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또한 생활속에서도 자신의 스트레스나 분노의 요인을 줄이는 방법도 찾아야한다. 타인과의 교감이나 취미활동으로 즐거움과 기쁨, 보람 의미를 만들어야한다. 하루에 세 번씩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웃어주자. 유쾌하고 즐거운 감정들은 면역체계를 더 강하게 만들어 주고 건강하게 해준다. 그러면 외부의 자극에 반사적인 행동이 아니라 여유로운 반응을 취할 수 있게 해준다. 나의 비통함이나 억울한 감정을 받아주고 공감해주는 의지가 되어주는 상대를 찾아 나서야 한다.

억울한 사람들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중요하다. 강자가 약자에 대한 배려성도 잊지 않는 시민사회의 덕목도 필요하다. 분노의 감정이 금지의 대상은 아니지만 통제의 대상이다. 분노의 표현은 품위 있는 언어로 이루어지도록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는 동물이 아니라 고등동물인 문화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