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무산돼 제3국 매각 확정
지난 5월 대형 화재를 일으키고 인천항 주변지역에 검은 연기를 뿌렸던 자동차 운반선 '오토배너'호(5만2422t급)가 빨라야 올해 말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불에 탄 배는 화재 이후 200일 넘게 인천항 내항 1부두에 방치돼 왔다. 주변 시민들은 화재로 인한 대기오염과 흉물스러운 경관으로 피해를 떠안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조용히 배만 나가는 모양새다.
<인천일보 10월3일자 1면>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5월 화재 사고 이후 장기 접안 중인 오토배너호가 조만간 손상차량 폐차처리 등 관련 절차를 거친 후 제3국에 매각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오토배너호는 화재 당시 파나마 소재 '에이티넘 마리타임 파이브(Atinum Maritime No. Five S.A PANAMA)'라는 페이퍼컴퍼니 소유였고, 현대글로비스가 배를 빌려(용선) 중고차를 나르던 중이었다.

화재 후인 8월에는 부산에 주소를 둔 선박 건조·해체·수리업체 '평길해양'에 매각된 바 있다.

인천해수청은 배 내부에 있는 손상차량 1580여대를 관련법에 따라 폐차하고, 비산먼지 등 환경오염 방지와 화재 예방 대책을 이행하며, 오일펜스를 설치하는 등의 조건을 달아 평길해양이 제출한 선박이동계획서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평길해양은 그동안 오토배너호를 부산으로 옮겨 해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보험사가 제시한 예인선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서 11월 제3국 매각이 확정됐다.
평길해양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선 드릴 말씀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토배너호가 나가는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빠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달 중에는 인천항 밖으로 예인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현재 매각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들었다. 협상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돼야 일정을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5월21일 오전 9시39분 발생한 오토배너호 화재로 선박이 심하게 타고 선적차량 2474대 중 1588대가 전소됐다. 70여시간의 화재로 인천 중구 일대에는 매캐한 연기와 유독물질이 퍼져 시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화재 이후에도 오토배너호는 인천항 전경을 막는 위치에서 200일 넘게 방치되고 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