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긍정 … 더불어세상을 향한 '첫 번째 펭귄'
▲ 김보라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이 지난달 24일 안성시 금광면에 위치한 카페 'IRUM(이룸)'에서 카메라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24년 전 의료협동조합에 첫발
"사회적기업=가치가 있는 일"
사회적경제 기틀 마련에 주력



만나면 기분이 밝아지고, 마음이 맑아지는 사람이 있다. 김보라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이 그렇다. 9대 경기도의원이기도 했던 김 센터장은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을 가지고 있다. 초겨울 첫 눈이 대지를 감싸던 지난달 24일. 안성시의 한 고즈넉한 마을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난 김 센터장은 그 날도 인터뷰 내내 환하게 웃으며 기자를 맞이했다.

▲'처음으로'로 한 일이 참 많은 '첫 번째 펭귄'
최근 김 센터장이 펴낸 책 제목은 '더불어 세상을 향한 첫 번째 펭귄'이다.
남극의 황제펭귄들은 항상 무리지어 다니지만 먹잇감을 구할 때는 바다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바다로 뛰어들어야 할 때 주저한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바다표범이나 범고래같은 천적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 때 용감한 펭귄 한 마리가 먼저 뛰어들면 나머지 펭귄들도 일제히 따라 바다로 뛰어든다.
그래서 어떤 단체나 모임에서 용기 있는 첫 도전자를 '첫 번째 펭귄'이라 부른다. 김 센터장이 걸어 온 모습이 바로 첫 번째 펭귄이다.
24년 전 이름도 생소했던 '의료협동조합'에 뛰어든 것. 그것도 의료분야 협동조합.
당시 작은 도시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어려웠던 의료 환경 속에서, 특히 더 열악했던 농촌 지역에서 의료협동조합을 조직한다는 것은 바위에 구멍을 뚫는 것 만큼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안성의료협동조합은 어렵고 힘든 시기를 지나오며 안성시민들의 의료 혜택에 큰 역할을 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의료협동조합을 확산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지금은 국가 차원에서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재가노인복지서비스 혜택이지만, 이 서비스도 안성의료협동조합에서 먼저 시작했다.
당시 이동이 어려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직접 병원에 모시고 와 진료를 받게 하고, 어르신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서비스를 펼친 것이다. 이 어르신들의 식사까지도 직접 대접하기도 했다.
또 간호학과 사회복지를 전공한 김 센터장은 지역의 경제와 일자리 뿐 아니라 의료와 복지를 통합해 조직하고 실천하는 능력에 있어서도 '첫 번째'다.
여기서 첫 번째는 열성과 실천이다.
김 센터장은 어떤 일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도전하는 스타일이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누구에게나 스스럼 없이, 당당하게 추진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선사하고 있다.

▲'첫 번째 펭귄'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
김 센터장은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에 취임했다.
문재인 대통령 1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사회적경제의 기틀을 만들고 다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을 통해 사회서비스 영역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운영주체를 다양화하는 등 정책을 제시하고 연구한다.
그는 지금 '사회적기업=가치'가 있는 일이라는데 방점을 찍고 연구 중이다.
김 센터장은 "교육, 주택, 건강, 노후 등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불안감과 고민, 비용을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다"면서 "세계적으로 협동조합 방식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사회적 협동조합(기업)이 이 사회의 가치가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학생들과 청년, 어르신들이 더불어 따뜻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지역사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 말을 전했다.
"꿈 꿔 '보라', 귀 기울여 '보라', 뭐든 해 '보라'."

/정재수 기자 jjs3885@incheonilbo.com


[ 김보라 센터장이 걸어온 길]
▲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현 더불어민주당 농어민위원회 부위원장
▲현 안성시사회복지사협회 감사
▲현 대한간호협회 안성지회 부회장
▲현 가치배움강사협동조합 이사장
▲전 9대 경기도의원
▲전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 전무이사
▲전 한국사회적기업 중앙협의회 이사
▲전 경기도 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공동회장
▲평택대학교 사회개발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석사
▲연세대학교 간호학과 학사




[김보라를 있게 한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은?]
1994년 의료생협 '공동의원'으로 출발 … 현재 조합원 6000명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은 1987년 안성시 고삼면 가유리에서 열린 의료인들의 주말진료소 활동에서 시작됐다.
2주에 한 번 하는 진료소 활동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진료소 활동에 참가했던 의료인들이 제안했고, 지역주민들이 찬성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본격 논의됐다.
1993년 5월 안성의료생협 공동의원 추진 준비모임 결성, 같은 해 7월24일 발기인 결의대회, 이후 8월28일 추진위원회 결성하고 1994년 전국 최초 주민과 의료인이 함께하는 의료생협이 탄생한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환자를 위한 의술을 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료인들의 마음과 "믿고 편하게 찾아가 내 건강 문제를 상의할 수 있는 병원을 갖고 싶다"는 지역 주민들의 마음이 합쳐진 것이다.
안성의료생협의 첫 이름은 '공동의원'이었다. 지역주민과 의료인이 공동으로, 양의학과 한의학이 공동으로 함께 한다는 뜻이었다. 이후 '지역주민과 의료인이 함께 운영하는 내 병원'의 개념으로 '의료생활협동조합'으로 바꾸고 구체화 했다.
창립 당시 직원 12명과 조합원 300명, 1억2000만원의 출자금으로 시작한 안성의료생협은 현재 직원 120명, 6000명의 조합원으로 발전했다.
현재 안성의료생협은 사회적 기업으로 협동조합 원칙에 따라 운영되고 있으며, 다른 의료기관에서는 하지 못하는 건강교육, 예방사업, 취약계층 의료지원 등을 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의사를 믿지 못해 이 병원, 저 병원 다니지 않는다. 평소 주치의와 상의하면서 건강관리를 하고, 필요하면 최소한의 약과 검사, 처치를 받는다.
지난 2009년 평생학습을 통해 성장동력을 높인 기업이나 기관에게 주는 '피터드러커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보라 센터장은 "안성의료생협은 서툴지만 한 발 두 발 걸음마를 배워 두 발로 서게 됐다"며 "앞으로도 안성 사람들이 모여 함께 안성을 건강하게 만들어가기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조직으로 존재할 것"이라면서 애정을 보였다.

/정재수 기자 jjs3885@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