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제주도청
사진 : 제주도청

 

[인천일보=온라인뉴스팀01]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둘러싸고 제주도가 조건부 허가를 결정했다.  

5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에 조성된 녹지국제병원의 개원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다.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과로 한정했다.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도 적용되지 않아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녹지국제병원 운영 상황을 철저히 관리‧감독해 조건부 개설허가 취지 및 목적 위반 시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처분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원 지사의 이러한 선택은 지난 10월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화조사위의 설문 조사에 따른 개설 불허 권고를 뒤집는 결과다. 조사위는 6개월 동안 설문조사와 공청회를 거쳐 개설 불허를 권고한 바 있다. 

설문조사에서는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가 다른 영리병원의 개원으로 이어져 의료 공공성이 약화될 것을 우려해 ‘개설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답한 비율이 58.9%에 달했다. 반면 ‘개설을 허가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38.9%에 그쳤다.

원 지사가 조사위의 개설 불허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냉정한 손익 계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불허를 내릴 경우 정부 신뢰성 문제는 물론 당장의 경제적 손실과 외교 문제 비화까지 각종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더욱이 기존 결정된 사안이라도 정부가 입장을 달리하면 언제든 번복될 수 있다는 사례를 낳으면서 나중 외국 자본 유치에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원 지사는 조건부 개설허가의 주된 이유로 △지역 경제 △투자된 중국자본에 대한 손실 문제로 한중 외교문제 비화 우려 △외국 자본에 대한 행정신뢰도 추락으로 국가신인도 저하 우려 △사업자 손실에 대한 민사소송 등 거액의 손해배상 문제 △현재 병원에 채용된 직원(134명)들 고용 문제 △토지의 목적 외 사용에 따른 토지 반환 소송 문제 △병원이 프리미엄 외국의료관광객을 고려한 시설로 건축돼 타 용도로의 전환 불가 △내·외국인 관광객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등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녹지그룹은 지난 2015년 녹지국제병원 건립 사업계획서를 제주도에 제출했고, 제주도는 사업계획서 검토 후 승인기관인 보건복지부 제출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그해 12월 녹지국제병원 건립 사업계획 승인하면서 이듬해 6월 녹지국제병원 건축에 들어갔다. 

녹지그룹 측은 적법한 절차를 밟고 우리 정부 승인을 받아 투자에 나선 만큼 승인이 최종 거절된다면 1000억 원대의 손해배상소송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약 위반사항, 투자자 국가분쟁(ISD)까지 들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원 지사의 이번 결정은 일부의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정부의 결정 사항은 바뀌지 않는다는 행정 신뢰 원칙 고수와 관광객 유치, 의료산업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등 각종 효과를 얻겠다는 의도다. 

녹지국제병원은 서귀포시 토평동 헬스케어타운 2만8163㎡ 부지(건축면적 5546㎡·연면적 1만8223㎡)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47병상)로 조성됐다. 지난해 7월 건물을 완공했고 8월에는 개설 허가 신청서를 냈다. 토지 매입과 건설비 668억 원, 운영비 110억 원 등 총 778억 원(자본금 210억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개설 허가가 떨어지지 않으면서 인건비와 관리비 등의 비용이 매달 8억 원가량 들어가면서 피해 규모가 늘어나는 중이었다. 

한편 영리병원이란 기업과 같이 이윤을 남겨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등 영리 추구를 주된 목적으로 한다는 점이 일반 비영리병원과 큰 차이점이다. 비영리병원은 병원 운영을 통해 얻은 이익을 인건비와 연구비 등 병원 설립 목적에 맞춰 사용된다.  

엄밀히 보면 비영리병원도 영리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영리병원과 동떨어졌다고 볼 수 없으나 영리병원은 투자자 배당 등 이윤에 대한 사용이 좀 더 폭넓다는 특징을 보인다. 영리병원은 외국인 투자병원부터 투자개방형 병원, 영리 의료법인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정유진 기자 online0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