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거리제한 '자율규약안' 추진 … 실효성 의문지적도
▲ 3일 주안역 인근에 길을 두고 마주보고 있는 편의점 2곳의 모습. 20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다.

3일 미추홀구 주안역 주변, 일명 젊음의 거리에는 편의점 수십 개가 밀집해있다. 특히 역을 기점으로 남동쪽 부근에는 한 블록 건너 편의점과 마트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양새다. 인근 편의점에서 2년간 근무한 아르바이트생 A씨는 "처음 근무할 때부터 비슷했다. 폐점하거나 이름이 바뀌기도 하지만 계속 늘고 있는 모양새"라며 "최근에는 동네마트까지 주변에 들어서고 있어, 담배 등 매출이 많이 줄어 들고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당정협의회 결과 편의점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한 청사진이 제시됐지만 생계를 위해 매장을 꾸리고 있는 지역 소상공인들은 뒤늦은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과의 당정협의회를 통해 전국 각지 4만여개에 달하는 편의점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한 '편의점 자율규약안'을 확정했다.

이는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퇴로성 방안이다. 크게 두 가지 방향이 발표됐다. 기존 점포를 폐점할 때 위약금을 면제해주고,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적용하는 담배 판매 제한거리를 적용해 편의점 브랜드와 상관없이 입점을 제한키로 했다. 지자체별로 다르지만 50~100m 사이에서 입점이 제한될 예정이다. 또 각 가맹본부는 신규 점포 사업자에게 출점지 주변 상권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야만 한다.

이에 대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합리적으로 모든 요소들을 고려해야만 출점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기존 업자들이 폐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 과밀화를 해소하려는 의도"라며 "지난 7월부터 편의점 업계와 지속적으로 논의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제도 개선을 통해 규약에 반영되지 않은 것들도 추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지역 내 소상공인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남동구에서 편의점을 8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가맹점주 B씨는 폐업 고민조차 어렵다고 토로했다. 4년 전 건물주와의 분쟁으로 보증금을 받으러 법정을 뛰어다니다, 결국 외곽 지역으로 점포를 옮긴 그는 현재 회사를 그만두고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이제는 가족까지 함께 돌아가며 편의점을 지키지만 하루 매출이 100만원도 안 되는 날이면 앞이 깜깜하다고 했다.

그는 "관리비, 인건비, 상품 비용은 계속 증가하지만 매출은 제자리다. 하지만 접으면 먹고 살 길이 없어 그만둘 수도 없다. 지금 와서 어떻게 취업을 하겠냐"고 말했다.
올해 11월을 기준으로 인천 지역에서 휴게음식점 등으로 새로 등록된 편의점 수만 200여개다. 지난해 등록된 322곳을 비롯해 최근 3년간 800여곳이 새 점포를 열었다.

문제는 '건물주'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여러 개 점포를 운영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다수는 생계형으로 점포를 꾸려가는 소상공인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생계에 내몰려 야간 아르바이트생의 인건비를 감당하고자 24시간의 대부분을 점포를 지키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지주현 인천소상공인연회 사무처장은 "자율규약안의 효과성에 의문이 든다. 특히 입점 제한은 늦은감이 있다"며 "이미 최근 몇 년간 편의점 등 유사업종들이 지역 내 빠른 속도로 증가해 소상공인들은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향후 구체적인 자율규약안을 통해 실제 소상공인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안이 마련됐으면 한다"며 "특히 개점 이후 수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편의점주들을 위한 최저수입 보장 기간을 늘리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