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감정, 당신은 이해할 준비가 돼 있나요?
▲ 지난 29일 부평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연극 '아몬드' 공연모습. /사진제공=부평구문화재단

표현 불능증 앓는 소년의 변화 통해
인간관계 대한 생각 또는 물음 던져
감정 따라 흐르는 음악 이색 볼거리






감정은 버겁다. 공감을 통해 관계를 맺는 생은 나이가 들수록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법에 익숙해진다.

그래서 어른의 감정은 때론 거짓과 위선, 뒤틀림으로 읽힌다.

감정과 이성이 함께 커가는 질풍노도의 시기는, 불완전하다. 그러나 감정과 이성이 같은 무게로 공존하는 이 때가 곧 진실된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연극 '아몬드'의 주인공 선윤재의 감정은 또래와 다르다. 지식으로 희, 노, 애, 락, 애, 오, 욕의 7정을 익혀 때에 맞춰 꺼내 쓴다. 감정에 익숙치 않아 괴물로 칭해진 선윤재.

지난 11월29일 부평아트센터 달누리 극장에서는 손원평 장편소설 <아몬드>가 무대에 올랐다.

연극은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는 소년 선윤재가 계절 변화에 맞춰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조금씩 감정을 익혀가는 내용이다.

선운재가 지닌 아몬드는 편도체(아미그달라)를 뜻한다. 편도체가 작아 분노도 공포도 잘 느끼지 못한다.

위태로운 가족마저 눈오는 날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13년간 가족과 분리돼 감정을 주체 못하는 곤이와 이성 친구 도라, 선윤재네 헌책방 윗층에서 빵집을 하는 건물주 심 박사가 있다.

연극은 "우리로 하여금 타인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럼에도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전한다"고 설명한다.

연극 아몬드에는 빼놓을 수 없는 생(生)음악이 극의 한 축을 이룬다.

계절이 바뀌고, 감정이 뒤엉키며 이야기가 절정에 이를 때마다 인천신포니에타가 현악기 5중주로 극을 끌어올린다. 비발디의 사계로 선윤재의 감정이 공감으로 바뀌는 변화를 전한다.

또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의 괴물과 무라카미 하루끼의 '노르웨이 숲'에 나온 미도리의 헌책방과 해방구인 2층 다락방, 김영하의 단편 '아이를 찾습니다' 등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연극 아몬드에서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극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배우의 몸가짐과 선윤재와 엄마, 할머니, 곤이, 도라, 심박사가 전하는 대사를 곱씹어보는 것이다.

할머니의 '자두맛 사탕' 설명은 계속 입가에 맴돈다. 감정 표현에 서툴거나, 상처를 입은 자, 공감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연극 아몬드의 관객이 돼보자.

연극은 12월6, 7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주영·이아진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