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재 동인천 모델러 사장
문 닫은 가게 공간 이어받아
대형업체 밀려도 사수하고파


"계속 찾아주는 분들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어요. 지금도 지나가다 어릴 때 와봤다며 들어오는 사람들도 꽤 있거든요."

1980년대 인천 중구 인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이 기억할 만한 가게가 있다. 신포시장 주변에 있던 '아이큐하우스'다. 무선조종 자동차나 대표적인 로봇 브랜드 '건담' 같은 각종 '프라모델'을 판매하던 공간으로, 당시 아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곤 했다.

예전에는 동인천역 중심으로 여러 유사한 가게가 있었지만 단연 이곳만큼 기억되는 곳은 없다. 1985년 만들어진 이후 30여년간 홀로 동인천역을 지켜왔다.

중구에서 뛰놀던 아이들이 떠나고 번화가의 역할을 점차 잃어가면서 이곳도 물론 침체기를 겪었다.

기존 주인이 운영을 포기한 후 지난 2015년에는 문을 닫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볼 수 없던 한 손님이 결국 공간을 이어받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모델러'로 이름을 바꾼 가게를 지키는 이인재(49) 사장 이야기다.

"인수하면서 인테리어는 바뀌었어요. 그래도 공간 자체는 달라진 게 없으니까…. 아마 이전에 와봤던 분들은 다들 아실 거예요." 16㎡ 남짓한 공간에는 각종 프라모델 박스가 가득 차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창고로 보이긴 해도 사실 '보물'로 가득한 곳이다. 마니아층 위주로 판매되다 보니 일부 한정판 모델은 원가보다 10배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선반에 놓여있는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그래도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여전히 많은 인천 사람들이 기억하는 추억의 공간이란 점이다.

이는 이 사장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프라모델을 좋아했다. 실제로는 엄청난 크기의 장갑차를 자신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설명한다.

이후 그는 지금까지도 지브리 애니메이션 미니어처를 포함해 다양한 프라모델을 모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도움을 받았던 커뮤니티 공간이 바로 '아이큐하우스'였다.

"지금 인천에는 프라모델 관련 공간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대부분 가격 경쟁에 치여서 없어지고 주로 대형유통업체에서 판매되고 있죠. 저는 웬만하면 이 공간을 지켜가고 싶어요."

/글·사진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