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 언론인

 

'오스트리아 최고 과학자' 레네 슈뢰더의 책은 얇지만 묵직했다. '인간의 발명'이란 2017년 오스트리아 과학도서 수상작이다.
슈뢰더는 유전자 조작으로 인간을 개조하는 오늘날 상황을 설명하며, 그 끝이 향할 곳을 성찰하라 권한다. 아울러 인간 기술이 생태계의 다른 종(種)을 박멸하며, 스스로 우월성을 높이려 유전자 개량에 매달리는 상황에서 윤리적 성찰과 계몽의 중요성은 한층 더해 간다고 말한다. 비록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간이 전지전능해졌다 해도 그로 인해 파멸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과 철학은 궁극적으로 하나여야 한다는 것. 철학은 인간이 누구며 어디서 왔냐고 과학에 묻고, 과학은 자연과학적 발견과 발명에 대한 가치와 윤리적 규범 등을 철학에서 구할 때 비로소 조화로울 수 있으니 그렇다.

기실 우주의 광활함이나 지구의 시간에 견주면 인간은 티끌처럼 작은 존재다. 그런데도 인간은 직립보행과 발달된 뇌에 힘입어 끊임없이 뭔가 발명해왔다. 언어와 증기기관, 인터넷, 피임약 등이 이룬 변화는 눈부시다. 인간의 발명은 마침내 스스로를 개조하는 데 이른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유용한 도구다.
슈뢰더의 책을 덮은 날, 우연이랄까, '생명과학 무법지대' 중국에서 유전자 편집 아기가 세계 최초로 출산됐다는 뉴스가 떴다. '디자이너 베이비(Designer Baby)'의 첫 탄생이며, 국제사회는 금하지만 올 것이 온 셈이다.

중국 게놈연구소는 세계 최대 규모다. 2015년에도 최초로 크리스퍼 기술을 인간 배아에 적용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해 충격을 줬다. 돼지를 반려동물 삼으려 초미니 돼지를 '발명'했고, 게놈 편집으로 인간 장기용 돼지를 개발하는 등 한계를 무한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제어되지 않은 기술진화는 디스토피아 쪽을 향한다.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간 시스템은 자폭 위험 또한 크다. 따라서 모든 기술적 진화는 오늘의 시공간과 조화로워야 하며, 바탕에는 윤리규범과 철학이 깔려야 한다. 그리 볼 때 중국이 정작 내놔야 할 것은 '최초기술'에 걸맞은 윤리규범이다. 일찍이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한 '판타레이(panta rhei)' 개념처럼, 만물이 유전(流轉)하듯 기술 발전에 따라 윤리규범도 새로이 발명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