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이탈방지 넘어 확보에
합법적 중고차단지 꼭 필요"
관계기관 TF팀 꾸려 고심중
인천항 중고차 25만대 물량 이탈 사태를 바라보는 중동 바이어들은 절박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만약 옛 송도유원지에 위치한 중고차 단지가 폐쇄되면 중고차 업체들은 폐업을 택하거나 따로 부지를 마련해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고, 바이어들은 이들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타 지역으로 이전하더라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거나, 인천국제공항이나 항만에 너무 멀리 떨어져 단지 이용이 불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어들은 인천에 적절한 단지를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천에 합법단지 만들어야"

26일 오후 옛 송도유원지 인근에서 만난 하이삼 후세인(Heitham S.H. Hussien) 도룹 리비아 주식회사 대표는 리비아 국적으로 중고차, 신차, 자동차 부품을 중동 각지에 수출하는 업계의 '큰 손'으로 불린다.

특히 인천지역 소규모 수출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대형 국내법인 설립을 포기하고, 화주로만 활동했다는 점때문에 업계에선 큰 인망을 모으고 있다. 인천시도 이러한 공로를 인정해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하이삼 대표는 "일본은 중고차 수출에 굉장히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신경 쓰지 않는다. 여건 없이 수출 물량만 늘리라는데 어떻게 늘릴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중고차 단지가 없어 수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또 수차례 합법적인(legal) 중고차 단지를 강조했다.
하이삼 대표는 "합법적인 중고차 단지가 없다면 다른 지역으로 가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해 꼭 단지를 만들어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다른 바이어도 "다른 지역으로 가는 건 생각도 안 한다"라며 "인천에서 일을 처리하는 게 편하다. 꼭 해결책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방안 찾자" … 움직이는 기관들

옛 송도유원지 중고차단지를 옮기기 위한 대안은 이미 나와 있는 상태다. 인천남항 자동차 물류클러스터 조성 방안과 인천내항 4부두 한국지엠 KD센터 활용안이 있다. 클러스터 조성안은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IPA)가, 4부두 활용안은 인천상공회의소와 인천항발전협의회가 내놨다. 관계 기관들은 최근 인천시를 중심으로 TF팀을 구성하고 중고차 단지 조성 방안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인천상공회의소도 27일 옛 송도의 한 호텔에서 '인천전략산업포럼 성과발표회'를 열고 중고차 수출 물량 확보에 대해 논의했다. 전문가 10여명으로 이뤄진 항만·물류산업그룹들은 인천내항을 활성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을 '중고자동차수출 산업'으로 지목하며, 단지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에 자리 잡은 주요 산업을 계속 지역 외부로 쫓아낸다면, 지역 경제는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