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봉 경기도립극단 단원
조정희 미리내 마술극단 대표
▲ 윤성봉 경기도립극단 단원은 "유명한 배우보다 관객들에게 박수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윤성봉 경기도립극단 단원
죽는 날까지 … 무대 위 서겠노라

"영화는 유행이다. 관객은 무대 위의 살아있는 배우를 보길 원한다." 찰리 채플린이 살아생전 남긴 명언이다. 대중과 관객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배우 찰리 채플린이 배우란, 관객들의 유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존재임을 대신한 말이기도 하다. 관객을 위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 무대 위 진심을 다해 연기하는 배우를 경기도립극단에서 찾았다. 배우 윤성봉(36)을 발견했다.

"막연한 믿음을 믿으세요. 자신감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꿈은 반드시 이뤄집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복도 한가운데로 우렁찬 노랫소리가 새어 나온다. 세미뮤지컬 '씽씽씽'의 연습이 한창인 단원들 틈 사이에 서글서글한 인상의 한 남자가 인상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우 윤성봉이다. 세미뮤지컬 '씽씽씽'은 다문화 합창단 피나콜라다의 좌충우돌 대회 도전기를 그린 작품이다. 윤성봉은 이번 뮤지컬에서 필리핀 노동자 출신의 합창 단원 까를로스 역을 맡았다.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애환과 역경을 극복해가는 모습들을 표현한 뮤지컬입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분위기 메이커인 합창 단원 까를로스 역을 맡았습니다."
다소 머쓱한 듯 웃어 보이는 윤 배우의 모습에서 분위기 메이커란 말이 의아하게 느껴졌지만 대사를 읊자 그의 눈빛은 무섭게 돌변했다. 영락없는 까를로스였다.

올해로 7년 차 극단생활에 접어든 윤 배우는 조금은 늦은 나이에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대학에서 경영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던 그는 지인을 따라 우연히 서게 된 연극 무대에서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다.

"친구가 직장에서 연극하는 것을 봤어요. 우연히 따라갔다가 저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무대에 오르게 됐죠. 떨리기도 했지만 난생처음 하게 된 연극 공연이 끝나자 쏟아진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는 온몸에 전율을 돋게 했죠. 그 뒤로 오로지 무대 생각뿐입니다."

내친김에 다시 대학에 들어가 본격적인 연기 공부를 하게 된 그는 배우의 꿈 하나만을 믿고 100번이 넘는 오디션에 응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그에게 손을 내미는 곳은 없었다.

가슴 쓰라린 참패의 연속, 아들이라곤 하나밖에 없는 부모님의 강력한 반대가 비수처럼 날아와 꽂혔지만 아무도 그의 열정만큼은 꺾지 못했다. 신도 그를 가혹히 여긴 것일까? 마침내 경험 삼아 도전했던 경기도립극단 오디션에서 최종 단원으로 발탁되며 제2막 인생이 눈앞에 연극처럼 펼쳐졌다.

"배우라는 직업은 때론 내가 사랑하는 가족보다 관객과 무대를 먼저 생각해야 해요. 내 아이가 아파도 내 아버지가 임종을 앞두더라도 무대를 떠날 수 없죠. 배우들이 죽더라도 무대 위에서 죽겠노라하는 말을 하는데 저도 죽는 날까지 무대 위에 서고 싶습니다."

최근 윤 배우와 경기도립극단은 시각장애인들도 '볼 수' 있는 '소리로 보는 연극'에 재능 기부 활동들도 해오고 있다.

"소리책을 만드는 작업에 배우들이 직접 목소리 녹음을 하고 있어요. 배역을 각기 정하고 마치 눈앞에 공연이 펼쳐지듯 시각장애인들에게 똑같은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여러 배우의 목소리가 실감 나게 담긴 소리책을 녹음하는 작업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가 그리는 배우의 모습이 궁금했다. 돌아온 그의 답변이 인상적이다.
"유명한 배우나 TV 스타가 되길 꿈꾸지 않아요. 그저 무대 위에 잊혀지지 않는 배우, 그게 저의 꿈입니다."

#해시태그 토크
#두 아이의 아빠 #경기도립극단 #배우
: 6살, 3살배기 두 아이의 아빠인 저의 삶에서 아이들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어요. 그래서 두 아이의 아빠를 첫번째 키워드로 꼽습니다. 또한 경기도립극단은 제가 배우의 길을 걸을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자 소속 단원으로 자부심을 갖게 하는 곳입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 조정희(수원 미리내 마술극단 대표) 마술사가 카드마술을 보이고 있다.조 대표는
▲ 조정희(수원 미리내 마술극단 대표) 마술사가 카드마술을 보이고 있다.조 대표는 "마술은 상상과 즐거움이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조정희 미리내 마술극단 대표
마성의 언어 … 전 세계 소통하리

"마술은 그렇게 보는 거 아니라우!"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참여한 마술사 최현우가 전한 남북 정상회담 후일담이 흥미롭다. 마술사를 의심한 김영철 부위원장 행동에 화가 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일화들은 매스컴을 통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마술'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게 되면서 '미리내 마술극단'의 전화벨도 쉴 틈 없이 울려대고 있다. 마술을 활용한 다양한 기획 활동을 펼치는 미리내 마술극단 조정희(31) 대표와의 마법 같은 만남을 가졌다.

"전 세계는 마술로 통합니다. 만국 공용어 마술로 지구촌 곳곳에 즐거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극단의 문으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하얀 비둘기였다. 여기저기 전시된 신기한 마술 도구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수더분한 인상의 청년이 인사를 건넨다. 조정희 대표였다. 백발성성한 대표의 모습을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조정희 대표는 경기도 수원에 자리한 미리내 마술극단을 이끌며 마술사를 꿈꾸는 이들의 든든한 후견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2013년 문을 연 미리내 마술극단은 누적관객 90만명이 찾은 대한민국 대표 마술 브랜드로 1000회 이상의 다채로운 마술 공연을 펼쳐오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마술 관련 여러 기관·단체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미리내는 조금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마술을 매개로 청소년들과 연계한 프로그램들은 미리내 마술극단이 독보적이다.

5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에서 300만여명의 청소년들과 만난 미리내 마술극단은 국내뿐만 아니라 태국과 중국 등 해외 청소년들과도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리내 마술극단의 마술사들은 자칭 타칭 청소년들의 대통령으로 불리고 있다.

"전국 각지 청소년 수련관 또는 초·중·고등학교를 찾아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술을 이용해 2300회 이상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죠. 어쩌다 저희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는 친구들도 있고 SNS를 통해 마음에 위로가 됐다는 메시지를 보내오는 아이들도 있고, 그럴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지금은 입지전적의 마술극단 대표가 된 그도 마술이 마음의 치료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를 가진 조 대표가 유년시절, 장애가 놀림거리가 되는 것이 싫어 시작한 것이 바로 이 '마술'이었다.

"친구들에게 놀림받지 않고 인기를 얻으려고 시작한 마술은 지금까지 놓지 못하고 있네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예술, 마술은 매력있죠."

최근 미리내 마술극단에서는 다양한 공익 활동들도 해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스폰서를 맺은 kt wiz 야구단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하지 않기 캠페인도 벌여오고 있다.
"마술에 빨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말 그대로 환경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는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캠페인이고 저희 미리내를 지켜보는 청소년들이 많은 만큼 공익적인 활동들로 본보기가 되고자 합니다."

조정희 대표는 어느 누구보다 마술을 활용할 줄 안다. 마술이 주는 힘은 단순히 공연을 하는 것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그의 철칙이기도 하다.

"마술사는 경이롭고 판타스틱한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것 또한 마술사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마술사가 되겠다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미리내를 많이 찾아주고 있는데 항상 강조하는 이야기는 마술 스킬을 연마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는 마음가짐과 소통에 대한 연구라고 조언하고 있어요."

#해시태그 토크
#수원 #도전 #세계
: 수원은 제가 나고 자란 곳이기도 하고 회사가 시작된 지역이죠. 수원은 뿌리이자 집같은 곳이기에 키워드로 꼽았습니다. 전세계 청소년들에게 마술이라는 언어로 소통하고자하는 바람을 담아 세계를 키워드로 꼽겠습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