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정환 한국형 발사체개발 사업본부장이 한국형엔진시험발사체(누리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8일 발사예정인 시험발사체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기립돼 장착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이 한국형엔진시험발사체 '누리호'를 조립하고 있다.
28일 발사되는 시험발사체 발사시퀀스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09년과 2010년 국내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발사됐지만 두 차례 고배를 마셨다. 이후 3년이 지난 2013년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I) 성공발사를 통해 우주발사체 개발에 대한 경험과 기술을 축적한 우리나라는 현재 순수 국내 기술로 한국형발사체(KSLV-II)인 '누리호'를 개발하고 있다.

세 번째 나로호 발사가 성공을 거둔 지 5년여가 지났다.

28일 오후 4시 전후 한국형발사체(누리호)의 주력 엔진 75톤급 액체액진 1기를 장착한 시험발사체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시험발사체는 한국형발사체 개발로 향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한국형발사체 본 발사는 오는 2021년 3월 발사 예정이다. 지난 10년여의 실패와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연구진들이 항공우주분야 연구에 몰두했기에 가능했다. 그 가운데 1989년 10월 설립된 국가 항공우주전문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정환(52)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을 만나 '누리호' 시험발사체에 대해 설명을 들어봤다.

이번 발사되는 시험발사체에 대해 고 본부장은 "시험발사체는 한국형발사체에 사용될 기본형 75t급 액체엔진 1기에 대해 실제 비행을 통해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1단형 발사체로 실제 위성을 발사하는 발사체와는 다르다"면서 "외국에서도 엔진시험은 지상 환경과 지상에서 고공의 조건을 갖춘 환경에서 지속적인 연소시험을 통해 엔진의 성능과 신뢰도를 확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독자 개발한 기본형 75t급 엔진을 실제 비행 환경에서 점검한다는 차원에서 시험발사를 진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 본부장은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그 동안 지상에서도 성능을 확인했지만 75t급 액체엔진에 대한 비행환경에서의 성능은 물론 추진제 공급계, 구조, 열공력, 전자 및 제어시스템 등의 기술도 비행을 통해서 점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고 본부장은 "이런 측면에서 시험발사체 비행시험은 누리호 개발의 한 과정으로, 성공이냐 실패냐 라는 이분법적인 결과 평가 보다는 비행 시험 과정에서 발사체를 구성하는 여러 시스템들의 작동 성능을 판단하고 필요 시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다"며 "다만, 1단형 시험발사체 비행 시험이 예상한 목표대로 진행된다면 우리가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제작, 시험한 발사체 관련 기술의 적정성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후 진행될 한국형발사체 개발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시험발사체의 발사 준비상황은
시험발사체는 이달 말 발사를 목표로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험발사체를 위한 엔진과 추진기관시스템, 시험발사용 체계모델시험을 마쳤다. 발사 전 가장 중요한 시험이라 할 수 있는 시험발사체 인증모델의 추진기관 종합연소시험도 잘 마쳐, 이 시험은 실제 발사할 로켓과 동일한 모델을 지상 시험 장치에 고정시킨 상태로 엔진 연소성능, 발사체방향제어 장치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테스트한 것으로 3차례의 시험결과, 시험발사체의 설계 성능을 모두 만족한 바 있다.

오는 28일 실제 발사하게 되는 비행모델도 조립이 완료됐고, 최종 점검 과정 중에 있다. 시험발사체는 우선 발사 전날 발사대로 이송, 발사대에 장착된 뒤 발사체와 발사대 간 전기, 통신, 유공압 시스템 연결 등 발사에 필요한 상호 연계가 잘 이뤄 졌는지 확인한다. 발사 당일에는 이른 아침부터 발사장 운용시스템 점검이 이뤄지고 연료와 산화제의 충전, 가스류 충전이 이뤄지며 발사를 준비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발사체 및 발사대에 이상이 없고, 기상 상황도 발사에 적합한 조건에 충족된다면 발사 10분 전부터 자동 발사 절차가 시작되고, 정해진 시간이 발사하게 된다.

발사 후에는 약 140여초 간 엔진 연소가 이뤄지게 되고, 그 이후에는 관성 비행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총 640여초 간 비행해 제주도와 일본 오키나와 사이 공해상에 낙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행 과정에서 지상의 나로우주센터와 제주도의 추적소는 시험발사체가 보내오는 원격측정 정보를 수신, 분석해 비행이 목표한 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게 된다.


-누리호와 시험발사체의 차이는
독자 기술로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는 1.5t급의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의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3단형 발사체로, 1단에는 75t급 엔진 4기, 2단에는 75t급 엔진 1기, 3단에는 7t급 액체엔진 1기로 구성돼 있다.

시험발사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형발사체에 사용될 75t급 액체엔진 1기의 실제 비행을 통해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누리호의 2단과 3단의 형상을 갖고, 3단은 단순히 무게만을 갖는 단순한 1단형 발사체다.

시험발사체 발사 이후에는 75t급 액체엔진 4기를 묶는 기술 개발, 1단과 3단 제작 및 시험 등 누리호의 최종적인 개발을 위한 절차들이 수행될 예정이다. 이 과정을 거쳐 2021년 초에 3단형 발사체인 누리호의 발사가 계획돼 있다.


-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이뤄지고 있는 누리호 개발과정에서 어려운 부분은
발사체는 각 국가에서 핵심 전략 기술로 분류하고 대량 살상 무기 확산 금지조약인 MTCR(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 등에 의해 국가 간 기술이전을 통제하고 있어 독자 기술로 개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누리호 개발은 순수 우리 기술로 발사체 설계, 제작, 시험, 발사 운용 까지 수행하고 있으며, 로켓 추진 기관을 시험할 수 있는 설비 구축까지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 처음으로 액체엔진을 개발하면서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와 기술적 난관을 겪게 되고, 그로 인해 사업기간이 지연되는 등의 어려움이 많았다.

75t급 액체엔진 개발과정에서는 연소불안정 현상이 발생해 이를 해결하는데 1년 4개월이 걸리기도 했다. 기업에서 대형 추진제 탱크를 제작해본 경험과 기술도 없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데도 어려움이 상당했으나 현재는 대부분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해왔다.

우주발사체 개발은 시행착오와 기술적 난관을 극복하면서 기술자립을 이루는 경험 축적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다.


-독자개발로 완성될 누리호의 의미는
우주발사체는 우주로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독자 우주발사체를 확보하지 못해 필요한 위성을 외국의 발사체를 이용해 발사해 왔다"면서 "누리호가 완성되면 우리 힘으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고 자력 우주탐사도 가능해진다.

우주발사체는 국가안보 등 전략적인 중요성이 매우 커 한 국가의 국력과 직결되므로 선진국들이 국가 간 기술 이전과 확산을 철저히 통제하는 분야다. 따라서 우주 운송 수단인 우주발사체 기술을 독자적으로 자립화하지 못한다면 우주 선진국 진입은 더욱 어려워진다.

우주개발이 민간 산업 영역으로 확대되며 우주 발사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선진국 위주로 화성 탐사 등 대형 우주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독자적인 우주 수송수단의 확보는 곧 미래 산업을 대비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우주 프로젝트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끝으로 고 본부장은 "누리호의 개발은 우리나라가 자립적으로 우주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고, 우주 개척의 글로벌 일원으로써 자리매김하는데 중요한 초석이 되는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나루도 = 장은기기자 50eunki@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