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민원·타지역 유혹에 업계 '연내' 이전부지 요구
상의·발전협 "내항 4부두내 조성" … 시·IPA 논의 중
인천내항 4부두 인근 전경. 인천상공회의소와 인천항발전협의회가 중고차 수출단지 대안으로 제시한 한국지엠 KD센터가 사진 왼편 중앙에 위치해 있다. /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한국지엠 수출차 물량 이탈 사태가 봉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고차 25만대 이탈 조짐이 나타나자, 인천항 업계는 어느 때 보다 심각한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22일 인천상공회의소와 인천항발전협의회가 내놓은 '내항 4부두 중고차수출전용단지 조성 건의'는 업계의 위기감을 드러내는 중요한 사례로 지목된다. 중고차 업계는 올해 말까지 인천 내 이전부지를 찾지 못하면 타 지역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호소하고 있다. 관계 기관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중고차, 올해 말 인천 떠날까

중고차 수출 물량은 그동안 인천항을 뒷받침하는 중요 화물이었다.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20만~30만대 이상의 중고차가 인천항을 통해 해외로 수출됐다. 국내 물량의 76~89%에 해당될 정도의 핵심 화물이라 할 수 있다. <표 참조>

문제는 옛 송도유원지 주변에서 민원이 계속 발생하는데다, 최근 타 지역에서 중고차 단지 유치 움직임이 일면서 시작됐다.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이 단지 이전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군산시는 군산항 일대에 중고차 수출 전문단지를 조성할 예정이고, 화성시와 평택시 모두 중고차 물량을 유치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는 중이다.

박영화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 회장은 "인천항은 중고차 수출 종합클러스터 구축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라며 "인천 안에 단지가 조성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전향적으로 검토해 주시길 관계기관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고심하는 관계 기관들 … "대책 마련 중"

인천시·인천항만공사(IPA) 등 관계 기관들은 21일 중고차 이탈 사태에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인천상의와 인천항발협이 제안한 내항 4부두 단지 조성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검토하는 중이다.
한 관계자는 "중고차 사태가 얼마나 심각하면 단체들이 이런 제안까지 했겠는가"라며 "기존 대안과 함께 관계 기관이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과거 시와 IPA가 추진하던 '자동차 물류클러스터' 사업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사업은 남항 인근 역무선 부지 39만6000여㎡에 자동차 입고부터 수출까지의 모든 절차를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자동차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은 1년 반 이상 지연돼 왔다.
한 관계자는 "중고차가 빠져 나가면 인천항과 주변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대량 실업에 하역사 부도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며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