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중간' 왔다, 성장은 지금부터
▲ 지난 10월 처음으로 내부 승진을 통해 부임한 이용식 인천연구원장. 22일 연구실에서 이용식 원장이 "인천의 역사, 정체성, 다양한 조건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인천연구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겠다"며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연구원

 

공백기 수차례 '원장대행'… 자신있다 생각했는데 부담 커
타지역 比 늦게 문 열었지만 보다 자유로운 연구활동 펼쳐
성장에 따른 지역과제들, 시-의회-연구원 생산적관계 필요


인천시 정책 종합연구기관인 인천연구원에서 첫 내부 출신 원장이 나왔다. 주인공은 이용식 인천연구원장. 인천연구원은 시정부가 300만 인천시민을 위한 정책을 올바로 펼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정책의 짜임새를 보다 두텁게 하고 장래엔 시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기여한다. 이용식 원장을 만나 인천연구원이 나아갈 방향을 들어봤다.

▲취임 소감은.

바쁘고 어려운 자리다. 인천연구원에 오래 있었고, 역대 원장들을 봐왔다. 원장이 바뀔 때마다 약간의 공백이 생기면서 6~7번 원장 대행을 했기에 그때마다 기관장으로서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막상 원장이 되니 어렵다. 한 달쯤 지났는데 여러 가지 잘 정리해야 할 부분도 있고 여러 이슈도 터져 원장이란 자리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느껴진다. 처음으로 내부 승진을 통해 원장이 된 경우기도 하고 다른 시·도연구원이 활발한 연구 활동으로 인천연구원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 부담도 된다. 원장 역할을 더 잘 해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인천연구원을 소개해 달라.

인천 시 정책을 개발해 인천을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기관장으로 있으면서 정책 개발 허브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목표다. 인천의 역사, 정체성, 다양한 조건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인천연구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다.

물론 지역 연구원이 어떻게 해야 제대로 역할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답이 없다. 다만 인천연구원은 인천 시정에 대한 연구를 하는 기관이기에 지역 상황과 여러 조건에 아주 적합한 연구기관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여러 현안과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연구원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절실함과 진정성 있는 자세로 판단하고 결정하겠다.

인천연구원은 내게 소중한 삶의 일부분이다. 인천에서 태어나 자랐고 대학생 때 시민운동도 했다. 연구원이란 자리는 생계수단이 아니라 제가 갖고 있는 사회 문제의식, 역사의식 등을 펼치는 통로다. 그런 점에서 연구원이 잘 운영되도록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출세하기 위한 게 아니라 제 삶을 잘 마무리하고 가치를 평가받기 위한 것이다. 그게 제가 말한 책임감과 진정성이다.

▲인천연구원의 산증인이다. 연구원 입사 계기와 이룩한 업적은.

1990년대 중후반에 지역마다 여러 연구기관들이 만들어졌다. 인천연구원도 96년도에 문을 열었는데 그때부터 함께 했다. 그 전에는 중앙부처인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서 5년 정도 일했다. 대학생 때부터 학생 운동과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등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지역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나는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나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구원 활동을 하게 됐다.

특히 인천은 고향이기도 하고 문제의식을 갖게 된 지역이므로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업적이라면, 연구원과 지역 전문가로서 시민사회 발전을 위해 여러 활동에 참여해왔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모범적으로 보고서를 내려고 노력해왔고, 지역 시민운동 등 여러 활동에 참여하면서 책임 있는 자세로 발언하고 연구하려고 했다.

▲설립 22년 맞은 인천연구원, 국내 연구기관과 비교하면 어느 수준인가.

역사로 보면 약간 늦다. 전체적으로 서울연구원 등이 저희보다 2년 정도 앞서 만들어졌다. 규모면에서도 평균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지만 서울·경기에 비하면 훨씬 적다. 그러나 평가적 측면으로 보면 자율적이고 책임 있게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친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 연구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원의 눈으로 본 인천의 특징과 잠재력이 궁금하다.

많이 성장하고 발전했지만 여전히 여러 과제들을 안고 있다. 90년대엔 인천이란 도시가 굉장히 국민들로부터 받는 평가나 이미지가 굉장히 낮았다. 당시 전국 시·도를 중심으로 삶의 질 지표와 도시에 대한 평가를 조사했는데 인천이 꼴찌였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은 중간 이상은 기록한다는 점에서 많이 좋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인천은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굉장히 많고 역동적인 도시다. 경제자유구역 등 인천에 대한 국가의 수요가 많아지고 인천이 갖는 의미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인천이 그에 부응하면서 도시가 커지고 인구가 느는 등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새로운 과제들도 나타난다. 과제 중에는 기존과 다른 성격을 띠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잘 발견하고 해석해 해답을 찾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인천연구원의 기능과 역할도 더 커지고 있다.

▲인천연구원을 앞으로 어떻게 이끌 것인가.

연구원이 전문 연구기관으로서 제대로 역할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줘야 시민, 전문가, 공무원들로부터 존중받는 연구기관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보고서를 내는 기관으로서 여러 현안과 문제를 잘 발견하고 해답을 줘야 한다. 이는 연구자 1명의 노력이 아닌 협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협동적으로 연구원이 잘 관리돼야 좋은 보고서를 낼 수 있다.

또 연구원은 해외 및 지방 출장 등 활동을 통해 얻는 유익한 정보를 시민과 전문가들이 알 수 있도록 시기적절하게 전달해야 하며, 다양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문제 제기와 방향을 제시하는 지역 전문가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기관장으로서 연구원들이 이런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인천의 여러 조건에 맞는 연구를 통해 정책을 개발하려면 책임감을 갖고 유연하게 연구원을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천연구원의 노력뿐 아니라, 출연금을 주고 정책 과제를 의뢰하며 이를 활용하는 인천시 역할도 중요하다. 단지 출연금을 주기 때문에 과제를 의뢰해 보고서만 받는다고 생각하면 연구원이 제 기능을 할 수도 없고 존중받을 수도 없다.

또 시와 시민들을 대표하는 시의회, 나아가 연구원에 과제를 제시하는 기관들과 건강하면서도 긴장감 있는, 합리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 이런 관계를 통해 시민들이 문제로 생각하는 부분을 잘 짚어내고 적절한 대답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지역사회 기관들과 생산적인 관계를 맺어야 인천연구원도 좋은 환경에서 적극적인 연구 활동을 펼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김예린 기자 yerinwriter@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