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 한달전 조례도 바꿔
박사 등 전문가 대거 탈락
일각 선정과정 의문 제기
행감서도 채용 의혹 지적

 

안양시가 민간 홍보전문가를 뽑겠다면서 조례까지 개정하고도 전직 공무원 출신이면서 최대호 안양시장 측근을 앉힌 것과 관련해 낙하산 인사, 자격미달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홍보기획관에 도전했던 응시자들의 면면은 커뮤니케이션 상무, PR본부 부사장, 홍보국장, 대변인 등 기업과 공공기관 전·현직 출신으로 석박사가 수두룩했다.

채용된 측근 A씨는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최 시장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했고, 지난 8월 최대호 측근 3인의 제주도 포장마차 무단침입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다.

22일 안양시에 따르면 지난 8월29일 5급 상당의 개방형직위(홍보기획관) 채용시험 시행 계획 공고를 내기에 한 달 앞선 7월31일 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시는 '안양시 행정기구 및 공무원 정원 조례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홍보기획관을 '지방자치단체의 개방형 직위 및 공무 직위의 운영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개방형 직위로서 지방임기제 공무원으로 보할 수 있다고 했다.

민간영역에 채용의 문을 개방한 것으로 이때부터 '측근' 내정 소문이 돌면서 공직사회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안양시 전체 공무원들 가운데 홍보기획관 자리에 갈 인물이 없다는 것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안양시 내부에서도 'A씨의 임명에 반대한다'는 여론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공고채용에 학력, 자격증, 경력 등 응시 자격 조건을 달았다.

자격조건 중 경력요건은 공무원의 경우 ▲5급(사무관) 언론홍보 관련 경력(1년) 이상 ▲6급(지방행정주사)은 3년 이상 등이다. 민간인은 홍보분야 부서 단위 책임자로 1년 이상 근무한 조건이다.

홍보기획관 채용에는 홍보 전문가들이 몰렸다. 6급(팀장) 출신인 A씨를 비롯해 모두 12명이 지원했다.
응시자들의 면면을 보면 기업과 공공기관 출신의 임원과 간부가 많았다.

시는 9월19일 서류 전형을 통해 A씨를 포함해 11명을 추렸고, 10월15일 A씨가 최종합격했다.

최근 안양시의회가 A씨의 자격미달 논란을 문제 삼고 나섰다. A씨는 6급 공무원으로 출신이어서 홍보기획관 채용에 규정한 홍보 관련 부서 3년 이상 근무에 미달한다는 게 논란의 요지다.

A씨는 이력서에 만안구 문화체육팀장, 만안구 기획공보팀장, 의회 홍보팀장, 시청 공보팀장 등 홍보 관련 부서에서 5년6개월(2067일)을 일했다고 써냈다.

하지만 만안구 문화체육팀장, 만안구 기획공보팀장의 업무는 홍보기획관 주요업무와 동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안구 문화체육팀장 분담업무 중 홍보 관련은 홍보간행물 배부관리 뿐이고, 만안구 기획공보팀장 업무도 시정홍보 및 보도에 관한 사항의 업무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홍보기획관이 맡을 주요업무는 시정홍보계획수립, 여론조사운영, 각종홍보활동 등의 시 홍보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즉 개방형직위의 주요업무와 유사·동일한 직책 근무는 2년6개월(의회 홍보팀장, 시청 공보팀장 등 모두 949일)이 전부라는 게 일부 시의원들의 지적이다.

만안구 기획공보팀장 역임 기간을 경력에 포함해도 모두 2년9개월(1069일)로, 경력조건인 3년에 미달한다.

결국 A씨가 써낸 모든 경력은 시청 근무가 전부여서 개방형직위 채용 목적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 21일 열린 안양시청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자유한국당 음경택 안양시의원은 "A씨가 홍보 관련 분야에서 일했다고 여겨지는 기간은 안양시 공보팀장, 의회 홍보팀장이 전부다"며 "이는 홍보기획관 응시 자격조건(3년)미달인데 채용과정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홍보기획관은 "비약하고 호도하는 것이다. 총무과에서도 이상 없다고 해 이력을 썼다"며 "홍보물 배포도 홍보업무 중 하나다 경력에는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시 관계자는 "채용 면접은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에서 했기 때문에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며 "A씨가 써낸 이력을 합치면 3년 이상이다. 6급 공무원 신분에서 3년 경력이 아닌 공무원 생활 중 홍보관련 부서에서 일했으면 경력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