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칼럼]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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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일보
  • 승인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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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서울대 예술과학센터 선임연구원

 

축제의 계절 가을이 저물어가고 있다. 필자는 매 주말마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축제를 돌아보는 기회를 그 어느 해보다 많이 가졌다. 지역마다 도시마다 축제는 정말 많다. 이들 축제는 대부분 공공 예산 지원으로 열린다. 그러다 보니 공공 예산 지원 없이 개최되는 축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축제들은 자치단체 예산 지원이 축소되면 대개 그 생명을 잃고 사라지거나 축소된다. 그러면 축제가 생명력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해답은 축제를 왜 열어야 하는가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독일 남부 프라이부르크 인근 고텐하임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개최되는 와인 페스티발을 소개하려 한다.

고텐하임은 독일 와인의 주요 생산지 중 하나로 2천500여 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다.

주민 대부분은 와인 생산과 관련된 일에 종사한다. 매년 새로운 와인이 생산되면 이 와인을 저장할 대형 오크통을 필요로 하는데, 보통 와인통은 매년 새롭게 만들지 않고 이전에 사용했던 통의 와인을 비운 후, 그 통에 새로 만든 와인을 부어 저장한다. 새 와인을 저장하는 시기가 되면 이전에 팔다 남은 와인은 버리거나 다 마셔야 하는데, 그래서 남은 와인을 소비하려 만든 게 와인축제이다. 오래된 비싼 와인을 값싸게 마실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와인의 주 소비자는 관광객과 이웃마을 주민들이다.

소비자들이 와인을 많이 마시기 위해 무대에 서는 즐거운 음악회가 연이어 개최된다. 음악회 주인공은 마을 음악대 고텐하임 관악합주단이다.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합주단의 역사는 140년이 넘는다. 이들은 페스티발에서 좋은 연주를 위해 일과가 끝나면 매일 모여 연습을 하고, 연습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유능한 음악가를 코치로 초빙하기도 한다. 또한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연주를 위해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레퍼터리를 연구하여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완성도 높은 연주를 위해 연습에 시간과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축제기간 이웃 마을의 와인 관악합주단도 초청되어 연주회를 갖는다. 이들은 서로 품앗이 연주를 한다. 와인을 마시고, 즐겁게 노래하고, 신나게 연주하며 즐기는 행복하고 흥겨운 가을이라고 한다. 필자는 이 와인 마을의 관악합주단 단원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축제가 오래도록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참가자들에게 참가 의미를 분명하게 부여하는 것이다.

좋은 사례가 국제합창대회이다. 참가 합창단이 서로 우열을 가리는 경연방식과 경연 없이 공연을 올리는 페스티발 방식이 있다. 후자가 같이 또는 개별적으로 연주하는 형식이라면 전자는 규정된 기준에 따라 참가팀의 연주와 성적에 따라 상을 주는 방식이다. 다만 성적 산정은 절대평가방식이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은 개별 합창단 연주를 듣고 점수를 준다. 합산 점수 평균 95점 이상이면 최우수상, 90점 이상이면 우수상, 85점 이상은 장려상을 받는다. 참가팀 간 순위를 정하지 않고 그 합창단 수준을 평가하는 방식이어서 여러 단체가 최우수상을 받을 수도 있고 전혀 없을 수도 있다. 각 종목에 최우수상을 받은 팀들만 참가하는 대회의 마지막 날 그랑프리 대회는 합창제의 진정한 최종 승자를 가리게 된다. 대회는 상대평가 방식으로 1,2,3위를 정해 금·은·동메달을 수여한다.

재미 있는 점은 시상 방식인데, 올림픽과 거의 같다. 메달을 받은 나라의 국기가 게양되고, 1위를 차지한 합창단의 국가가 연주되며, 시상식에 참가한 모든 사람이 국기에 경례를 한다. 참가 합창단원 모두에게는 메달을 준다. 합창단원은 수상 순간 국가대표 합창단인 것이다. 참가 합창단 연주와 대회 입장 시에는 국기를 앞세운 기수단이 합창단을 이끌기도 한다. 이러한 이벤트가 참가 단원들에게 큰 감동과 자부심을 준다. 우리 축제와 대비하면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지만, 배울 점이 많다. 대부분의 축제는 전국적인 규모로 국가가 지정하는 축제로 떠오르기를 희망하고, 정부의 지원금을 받기 원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축제 방문객, 즉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이로 인해 지역 주민 삶이 행복하게 되었다고 결론을 내리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지역 축제의 주인공은 지역의 주민이다.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즐거우면 결과도 당연히 좋다. 축제에 참여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축제로 인해 우리 지역이 얼마나 성장했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느낀다면, 이보다 더 성공적이고 풍성한 축제는 없을 것이다. 당신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흥수 서울대 예술과학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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