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수산물이야기] 35. 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생각나는 해산물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기가 높은 것 중 하나가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완전식품 굴이다. 굴은 영양가가 풍부해 '바다의 우유' 또는 '영양의 보고'라 불리며, 바위에 붙어살기 때문에 '석화(石花)'라고도 불린다. 이러한 굴은 예로부터 빈혈 예방과 체력회복에 좋은 강장식품으로 여겨져 왔다.

굴은 <명의별록(名醫別錄·한방 약물서적)>에서 '허열(虛熱)을 내리고 기결(氣結)을 풀며, 땀을 멎게 하고 갈증을 덜어주고 노혈(老血)을 없애고 설정(泄精)을 치료한다'고 했다. 설정(泄精)이란 정액을 스스로 가누지 못하고 유설(遺泄)하는 것으로 이는 스태미나 증진에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동의보감>에는 '굴 껍데기는 굳은 것을 무르게 하고 수렴작용을 하는 약제로 지나친 대소변과 식은땀을 멎게 한다. 또한 살결을 곱게 하고 얼굴빛을 좋아지게 하는데 해산물 중 가장 몸에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굴이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어서인지 '배 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 얼굴은 하얗다'라는 속담도 있다.

굴에는 글리신, 글루탐산 등 단맛을 내는 아미노산과 타우린, 시스틴 등 생체조절 기능을 하는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어 맛과 함께 신진대사도 활발해진다. 생굴 100g당 타우린 함량은 400~1000㎎ 정도로 혈액의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며, 심장병의 부정맥이나 혈압을 정상화시킬 뿐만 아니라 피로회복 등에 효과가 있다.

서양에서는 '굴을 먹으면 사랑을 길게 한다(Eat oysters, Love longer)'라고 예찬하기도 했는데 이는 굴에 함유되어 있는 다량의 아연(Zn) 때문이다. 굴은 다른 식품의 5~8배 정도 되는 100g당 50~100㎎ 정도의 아연이 함유되어 있다.

아연은 인체에서 눈의 망막이나 전립선, 고환, 시상하부의 성호르몬에 관계하는 신경에 다량 함유되어 있다. 남자의 정액 속에는 비교적 아연이 많이 들어 있는데 한 번 사정에 배출되는 아연이 1㎎이라고 하며, 전립선을 통과한 정자가 활발해지는 것도 전립선에 들어있던 아연의 에너지를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굴을 상시 섭취하게 되면 정자의 활동이 증폭되고 정자의 생산도 증가하며, 성선 자극 호르몬과 방출 호르몬의 분비가 높아져서 성 기능력이 증가한다고 한다.

희대의 정력가로 알려진 카사노바는 자신의 정력 비결이 굴이라고 말했으며, 아침에 목욕하고 나서 하인이 가져다주는 굴을 50개씩 까먹었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전장에서도 끊임없이 굴을 먹었고, 아이젠하워도 굴을 무척이나 좋아해 진급 때마다 굴 상자를 선물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보리가 패면 굴을 먹지 말라'는 말이 있고 일본에는 '벚꽃이 지면 굴을 먹지 말라'는 말이 있다. 또한 서양에는 '알파벳에 R자가 들어가지 않는 달(5~8월)에는 굴을 먹지 말라'는 말이 있다. 왜냐하면 이때는 굴의 산란기로 생식소를 성숙시키기 위해 영양분을 소비하여 살도 빠지고 맛도 떨어지지만 난소에서 분해된 독소가 생겨 식중독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굴 양식은 1908년 섬진강 하구에서 일부 실시하고 있었으며, 일본으로의 김 수출이 급감함에 따라 김 양식 어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정부에서 굴 생산 대책을 강구한 것이 계기가 되어 1950년대에 이르러 본격화 되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여러 종류의 굴 중 참굴은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하며 가장 많이 양식되고 유통되는 종이다. 굴은 환경에 따라 형태가 다양하게 변하는데 서해안 굴은 조간대에 서식하는 탓에 썰물 때에는 물 밖으로 노출되어 성장이 느리고 크기도 작다. 반면 남해안 굴은 비교적 수온이 따듯하고 항상 물속에 잠겨있어 먹이활동이 활발하여 서해안 굴에 비해 향은 좀 덜하지만 단맛이 강하고 살이 크고 통통하다.

이번 주 나들이 때에는 굴밥, 굴구이, 굴무침 등 제철 맞은 굴 요리로 피부에 활기도 넣어주고 건강도 챙겨보자.

/김동우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