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로 창업 도전하는 '덕업일치' 사례 늘어
▲ 송도 오르보아 매장 내부에 진열된 미니어처들로 나만의 오르골을 만들 수 있다.

▲ 송도 오르골 매장 오르보아에서 참가자들이 오르골만들기 수업에 참가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신청을 받아 다양한 재료로 오르골을 제작하는 DIY 강좌를 진행한다.

20일 부평구에 사는 윤아영(19)씨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이후 틈날 때마다 '슬라임' 카페를 찾아다니고 있다. 슬라임은 물풀, 베이킹소다, 글리세린 등을 섞어 만들어진 고무 질감의 장난감을 뜻한다. 재료들을 섞어서 만든 이후 탄성을 느끼며 만지작거리는 게 전부임에도 이 과정이 즐겁다는 게 윤씨의 설명이다. 그는 "가장 최근에는 매장 내 색소를 활용해 초코 아이스크림 같은 슬라임을 만들어봤다"며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든 이후 만질 때 느껴지는 질감과 소리가 좋다"고 말했다.

인천 지역에도 슬라임과 같이 취미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운영하는 주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경험을 토대로 이를 나눌 수 있는 장소를 만들었다는 점이 주요 특징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현재 지역 내 들어선 슬라임 체험 공간만 모두 40여 곳이다. 특히 10군데가 밀집된 구월동로데오 거리를 비롯해 청라국제도시 내에도 7군데가 있다.

대부분은 키즈카페와 같은 기능을 하지만 일반적인 카페 공간에 설치하기도 한다. 송도 트리플스트리트에 위치한 한 카페도 지난 9월 슬라임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를 바꿨다. 상권을 주로 찾는 젊은 고객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서다.

이는 슬라임이 단순히 아이들이 즐기는 장난감을 넘어 연령층과 관계 없이 취미의 일환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객뿐만 아니라 공간을 운영하는 주인에게도 해당된다.

지난 8월 남동구에 한 슬라임카페를 연 장모(32)씨도 9살 딸아이의 취미생활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슬라임 장난감의 일종인 액체괴물을 좋아해 매일 만지작거리는 아이와 마음껏 놀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다 결국 창업을 결심했다는 설명이다.

장씨는 "로데오골목 특성상 아이들을 비롯해 어른들도 많이 이곳을 방문한다. 주말에 많을 때는 100명이 넘게 다녀가기도 한다"며 "딸아이를 계기로 슬라임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는 점에 더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경우를 소위 '덕업일치' 사례라고 말한다. 개인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인 '덕'질이 직'업'이 됐다는 의미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창업에 도전하고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이들과 즐거움을 나누는 모습이다.

송도국제도시 커낼워크에서 오르골 매장을 운영하는 이지선(39)씨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 어머니에게 선물 받은 오르골을 추억하며 시작한 사업은, 인천 본점을 시작으로 서울 신촌에 2번째 매장을 낼 정도로 커졌다. 자신의 매장에서는 전 세계별 오르골을 다룬다며 자부심이 있는 그이지만 최근에는 '국내산'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만의 정체성을 담은 제품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도 기쁨을 주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이씨는 "오르골은 다른 동력 없이 태엽 원리로만 음악이 나오는 장치다. 태엽이나 줄에 이상만 없으면 평생 쓸 수도 있다"며 "나처럼 누군가에도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제품들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창업에 쉽게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관호 인천대학교 창업지원단 단장은 "창업을 단순히 성과를 내고 돈을 벌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마음껏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 바로 창업이다. 그렇게 해야만 자신을 발전시키고 장기적인 성과를 얻게 된다"며 "물론 이와 함께, 지역에서는 창업을 지원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보다는 미래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