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주 '형평성 논리' 단가 깎으면 인천항 매출타격
근본대책 찾아 평당항 눈독 '중고차' 이전 대비를
인천시·인천지방해양수산청·인천항만공사(IPA)가 19일 '한국지엠 수출차 6만대 평택·당진항 물량 이전사태'에 합의에 이르자, 항만 업계에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물량 이전을 막아내고 일자리와 일감을 지켰지만 결국 기업이 물동량을 볼모로 관계기관을 흔든 건 적절한 모습이 아니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항만 문제를 해결한 긍정적인 선례라며, 앞으로 가능성이 점쳐지는 중고차 물량 이전에도 관계 기관이 함께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원 말곤 답 없었다

이번 합의를 관통하는 사자성어는 '대마불사(大馬不死)'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지엠은 화주로서 수출차 6만대를 인천항에서 평택·당진항으로 옮길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시, 인천해수청, IPA는 이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시피 했다. 물론 한국지엠에 '소소한 시비'를 걸 순 있겠지만, 6만대 물량 이전으로 인천항이 초토화되는 사태를 방어할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었다.

소액을 지원하더라도 6만대라는 '대마(大馬)'를 죽일 수 없다는 게 관계기관의 판단이었다.
6만대가 빠져 나갈 경우, 최근 정부 주도로 통합한 내항 하역사 인천내항부두운영㈜가 부도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일자리도 연간 수십여개 사라질 걸로 예상된다.

한 실무 관계자는 "6만대가 끝이 아니다. 만약 자동차 물동량이 연쇄적으로 빠져 나가면 인천항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인천항 전체가 혼란에 빠지느니 어떻게든 붙잡아 두자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이 너무해"

일부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을 탓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 다른 화주(화물주인)들도 물동량을 볼모로 지원금을 따내려고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물량이 빠져 나가거나, 화주 입맛에 맞춰 단가를 낮추다보면 인천항 업계 전체 매출이 감소하는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이번 결정을 이유로 관계 기관에 지원을 요구하는 화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누군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 관계 기관이 이를 무슨 논리로 막아낼 수 있겠는가"라며 "인천기업이 좀 너무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지엠 관계자는 "인천항을 이용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비교하며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후 물동량 이전 함께 대비해야"

시, 인천해수청, IPA는 지난 13일부터 최근까지 매일 TF회의를 이어가며 합의점을 도출했다.
특히 항만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시가 적극적으로 이번 사태에 '소방수'로 나섰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항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넘어 앞으로가 더 걱정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지엠 수출차에 이어 중고차 물량도 평택·당진항으로 뺏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평택·당진항 자동차부두 관련 업체들은 인천지역 중고차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활발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엠 수출차 사태는 중고차 물량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다. 더 심각한 사태가 올 수 있다"며 "이 경험을 살려 중고차 사태에도 현명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짚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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