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사와 테크노밸리 둘러봐
▲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 5명이 경기도 방문 첫 일정으로 성남시 분당구 판교 제2테크노밸리를 찾은 가운데 15일 오전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리종혁 부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16일 고양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참석을 위해 남한을 방문한 북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방남단이 판교 1~2테크노밸리와 경기도농업기술원 등을 둘러봤다.
북한 대표단이 방남해 지자체 주관 행사에 참여하는 일은 경기도가 최초다.
리 부위원장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함께 이날 오전 10시 55분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에서 판교제1테크노밸리 스타트업캠퍼스까지 1.5㎞ 구간에서 10여 분간 자율주행차 '제로 셔틀'을 탑승했다.
제로 셔틀은 도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 의뢰해 3년간 연구 끝에 개발한 11인승 미니버스 형태의 자율주행차다.

제로 셔틀을 타고 스타트업캠퍼스에 도착한 리 부위원장은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웃음 띤 얼굴로 "마침 (자율주행차 제로 셔틀이) 시험단계니까 우리가 실험동물이 된 셈이죠"라고 말했다.
이후 이 지사와 함께 20여 분 동안 스타트업캠퍼스 2∼3층 디바이스 랩을 찾아 스타트업캠퍼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3D 프린터 시연 등을 지켜봤다.
리 부위원장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런 곳에서 기술을 개발했으면 좋겠다"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배석자들은 전했다.

점심은 수원 굿모닝 하우스(옛 도지사 관사)에서 함께 했다.
도는 '장단 삼백' 메뉴를 마련해 북측 방남단에 제공했다. '장단 삼백'은 파주 개성인삼, 임진강쌀, 장단콩으로 구성된 메뉴를 뜻한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과 황해도 장풍군으로 분단된 옛 장단군을 상기하자는 의미를 담아 이 지역의 대표농산물인 쌀, 콩, 인삼 등으로 '평화와 통일 기원 밥상'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식단은 코스로 준비됐다. 명란 무 만두, 새우 관자 어선, 돼지 안심 냉채, 장단 사과 샐러드, 개성 인삼향 연저육, 장단 사과 닭찜, 장단콩물타락죽 등이 상에 올랐다.
이날 오찬은 차민욱·김동기 셰프가 황교익 음식 칼럼니스트의 자문을 받아 준비했다.
이 지사는 오찬에 앞서 리 부위원장에게 월북 작가 이기영(이 부위원장의 아버지)의 소설 '고향'의 남측 편집본을 선물하기도 했다.

오후 2시 30분쯤 방문단은 이 지사와 함께 경기도농업기술원을 찾았다. 도농기원 방문은 도와 북한이 협력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상황이어서 주목받았다.
앞서 이화영 도 평화부지사는 지난달 두 번 방북해 북측과 경제 협력 사업 논의를 진행했는데 이 중 '스마트 팜' 등 농업 협력 방안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리 부위원장은 마중 나온 김석철 도농기원장과 인사를 한 뒤 방명록에 '세계를 굽어보는 최첨단 기술의 선구자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이들 일행은 김 원장의 안내를 받아 도농기원을 둘러봤다. 태양광 병용형(첨단 온실) 식물공장 재배시스템과 아쿠아포닉스(수경 재배+어류 양식) 표준 모델 개발 연구용 시설 등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농업기술원 방문을 마친 뒤 리 부위원장은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라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방문단은 도농기원 방문을 끝으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북측 방남단의 숙소인 고양시 앰블 호텔에서 마련한 환영 만찬에 참석해 방남 이틀 째 일정을 마무리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