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정경부 차장


자유한국당의 인적청산을 둘러싼 내홍이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한국당은 인적청산을 명분으로 지난달 전국 당협위원장을 일괄사퇴처리하고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서 새 당협위원장 선정을 위한 심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비상대책위원회와 조강특위 간에 힘겨루기가 벌어지더니, '전권'(전례없는 권한)을 받았던 외부위원이 문자메시지로 전격 경질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21대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단행되는 인적청산 작업이어서 당내 이해 관계에 따라 어느 정도 갈등은 예견되기도 했다. 복잡한 당내 사정을 외부인으로선 알 수도 없고 관심도 없다.

하지만 비대위가 이른바 '인적쇄신 3대 기준'이라며 내놓은 해법은 차마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다. 비대위는 지난 4일 ▲당 지지율 비교 ▲중앙언론 노출빈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등을 '인적 쇄신 3대 기준'을 공개했다. 이달 중순까지 당협별 평가 점수를 산출한 후 이를 토대로 조강특위와 함께 자격심사를 벌여 12월 중순 교체 대상 당협위원장을 선정할 계획이다. 큰 틀에서 당협위원장 평가는 정량평가(사전조사, 현지실태조사, 여론조사)와 정성평가(조강특위 토론)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른바 인적쇄신 3대 기준은 정량평가에 해당한다. 개량화 가능한 항목들이어서 당협위원장 재선임 또는 교체를 좌우할 결정적 요소다.

문제는 3대 기준 가운데 '중앙언론 노출빈도'를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비대위는 야당 의원으로서 정치·경제·외교·안보·사회 등의 분야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차기 총선 당선을 위해 지역구에 머물며 중앙 이슈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다. '골목 정치'에 몰두하는 이른바 '시의원 같은 국회의원'은 퇴출시키겠다는 의미다.
정권 탈환을 목표로 정한 당이 대국민 여론전 기여도가 낮은 의원을 퇴출하겠다는 뜻을 이해하지 못 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이런 활동에 가점을 주기 위해 지역언론은 배제하고 중앙언론 노출만을 기준으로 정한 것은 지역민심을 전혀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정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역 현안에는 무관심한 채 정치공세에만 열중하는 정치인은 결코 지역민심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