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수산물이야기] 34.대구

 

 

대구는 이름 그대로 입이 큰 물고기(大口魚)이다. 입이 큰 만큼 먹성도 대단해서 청어, 가자미, 오징어, 문어, 새우 등을 통째로 먹어치우는 것을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자기 몸 크기의 3분의 2 정도 되는 것도 그대로 삼킨다.

대구목 대구과에 속하는 대구의 생김새는 명태와 비슷하지만 몸 앞쪽이 두툼하고 뒤쪽으로 갈수록 점점 납작해진다. 눈과 입이 크고 위턱이 아래턱에 비해 앞으로 튀어나와 있다. 뒷지느러미는 두 개로 검고, 등지느러미는 세 개로 넓게 퍼져있으며 가슴지느러미와 함께 노란색을 띤다.

크기는 태어난 지 2~3살경에 50㎝ 정도가 되고, 더 자라면 1m 정도로 자라기도 한다. 몸무게도 많이 나가는 편이어서 20㎏을 훌쩍 넘어선다.

대구는 끊임없이 먹어야 하기 때문에 아래턱 밑에 잘 발달된 '수염'이 하나 있는데, 이것은 감각기관으로 물이 흐려 먹이가 잘 보이지 않을 때 그 촉각으로 먹이를 찾는다.

대구는 연어와 같은 회유성 어류이다. 가덕도 해역에서 태어난 새끼 대구들은 북태평양으로 가서 자란 후 산란기인 겨울철이면 알을 낳기 위해 한류를 타고 고향으로 되돌아온다.

그런데 1980년대 중반부터 회귀하는 대구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어 가덕대구는 어지간해서 맛볼 수 없는 귀한 몸이 되었다. 당시 한 마리당 30만~40만원을 호가할 정도였으니 '금대구'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후 대구 회귀율을 높이기 위해 연구기관과 어민들이 꾸준히 수정란 방류 사업을 벌이고 1월 한 달간 금어기를 지키는 등 노력을 기울여 2000년대 들면서 남해안으로 회귀하는 대구 개체수가 다시 늘었다.

우리 바다에서 나는 대구는 동해군과 서해군으로 나룰 수 있는데, 서해에서 나는 대구는 50㎝ 미만으로 동·남해에서 잡히는 60㎝ 이상 되는 대구보다 다소 작은 편이며 '왜대구'라고도 부른다.

대구가 내려오는 동해의 한류는 40년쯤을 주기로 하여 그 세력이 강해졌다가 다시 약해지곤 하는데, 세력이 세졌을 때는 제주도 근해까지 뻗어 올라오는 난류에 부딪쳐 서해로 역류해 올라가기도 한다. 이 때 서해바다로 올라간 대구 떼가 북쪽해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오랜 기간을 환경에 적응해 살다보니 제대로 자라지 못한 왜소한 대구가 된 것이라고 한다.

산란기인 12월에서 1월경이 대구의 제철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눈 본 대구요, 비 본 청어다'라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서해 지역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속담인데, 대구는 눈이 많이 오는 겨울에 많이 잡히고, 청어는 봄비가 와야 많이 잡힌다는 뜻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발달하는 한류를 따라 동해를 거쳐 남해쪽으로 내려오면서 암놈은 곤이가 차오르고 수놈은 이리가 차게 된다. 대구를 나타내는 한자어인 '대구 설'자는 고기 어(漁)변에 눈 설(雪)자가 붙는데, 눈 오는 겨울철이 대구의 성어기이고 가장 맛있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흰살 생선 특유의 깔끔함과 담백함으로 승부하는 대구는 특히 버릴 것이 없이 다양하게 이용하는 생선으로 유명하다. 조선시대 정조 때 간행된 <공선정례>는 각종 진상품의 물목을 적은 책인데 건대구, 반건대구, 대구 어란해(알젓), 대구 고지해(이리젓) 등이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구는 흰살 생선이라 지방이 적어 맛이 담백하고 글루탐산, 글리신 등 아미노산과 이노신산이 풍부해 시원한 맛이 난다고 한다. 예로부터 술을 마신 다음날 해장국으로 많이 찾았으며 산모들의 원활한 수유를 위해 대구탕을 많이 애용했다고 한다.

대구의 근육조직은 너무 연해 신선도가 빨리 떨어진다. 냉동하지 않고 생대구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냉동기간이 길어지면 근육에서 수분이 분리되면서 스펀지현상이 일어나 맛이 급감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변정훈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