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주간

 

가을 야구의 '전설'이 다시 우리 곁에 돌아왔다. 구도(球都) 인천의 갈망을 한번에 날려보낸 쾌거를 이룩했다. 그동안 가슴을 졸이며 매 게임을 지켜보던 인천 야구 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준 저녁이었다. 팬들은 환호하고 또 외쳤다. 인천 야구의 저력은 아직도 살아 있으니, 덤벼볼 테면 덤벼보라는 듯이 말이다.
SK 와이번스가 두산 베어스를 꺾고 통산 네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하자, 잠실구장과 인천시내는 축제 분위기로 물들었다. 두 팀은 무려 5시간7분간 혈투를 벌였다. SK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한국시리즈 6차전(7전 4승제) 방문경기에서 연장 13회초 터진 한동민의 결승 솔로 홈런포로 두산을 5-4로 누르고 승리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앞서면서, 2010년 이후 8년 만이자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오후 6시30분 시작한 경기는 자정을 앞둔 오후 11시37분에 이르러서야 끝났다.
감격의 순간을 놓칠세라 인천 야구 팬들은 저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저물어 가는 가을을 만끽했다. 집에서 손에 땀을 쥐고 TV시청을 하며 SK 와이번스를 열렬히 응원한 시민들도 감격에 겨워 흥분하긴 마찬가지였다.

SK 와이번스의 이번 한국시리즈 우승은 팬들과의 합작품이다. 선수는 물론이고 팬들도 '수훈갑'인 셈이다. 사실 어느 도시를 연고로 두었든지, 프로야구에 대한 팬들의 열망은 다 같을 터이다. 그래도 SK 와이번스가 이날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3번을 한국시리즈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가, 추락을 거듭한 끝에 고군분투를 하며 이뤄낸 값진 결과이기에 더욱 그렇다. 2011년 김성근 사령탑 교체 후 SK 와이번스는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이런 가운데 선수들은 재탈환의 고지를 향해 땀을 흘렸고, 팬들은 SK 와이번스의 '그날'을 믿으며 열심히 응원을 했다. 무려 8년을 기다렸다.

프로야구팀이 창단된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에서부터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 SK 와이번스 등에 이르기까지 인천 야구팬들은 한결 같았다. 만날 꼴찌를 기록하던 삼미 슈퍼스타즈에도 무한한 사랑과 신뢰를 보냈을 정도였다. 이제 고교야구가 구도(球都) 인천의 '전설'로 남았다면, 그 길을 따라 SK 와이번스의 행진이 계속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