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층 간 1억년 세월 품은 말발굽 모양 거대 협곡
▲ 데드호스 포인트 전망대에서 바라본 협곡. 콜로라도강이 사행하며 말발굽 모양의 거대한 협곡을 형성하였다. 콜로라도강은 데드호스 주립공원을 지나 캐니언랜즈 국립공원의 동쪽 지역을 깊이 깎아내며 흘러 이후 그린강과 만나 더 큰 물줄기를 이루며 남쪽 페이지를 거쳐 그랜드 캐니언으로 이어진다.

 

 

▲ 데드호스 포인트에서 바라본 협곡 서쪽 풍광. 지표면의 카엔타 사암층을 칼로 베어낸 듯 콜로라도강이 수직으로 깊게 파헤친 절벽을 볼 수 있다. 강물이 단단한 사암을 깎아내며 깊게 파헤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 데드호스 포인트에서 바라본 협곡 동쪽 칼륨 염전. 지하수를 강제로 지하에 투입하여 암염의 염분을 녹여 지상으로 뽑아내어 태양열로 증발시켜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멀리 뒤편으로 라 살 마운틴이 보인다.

 

▲ 데드호스 포인트에서 바라본 캐니언랜즈 국립공원의 쉐이퍼 캐니언. 데드호스 포인트 전망대에서 두시 방향을 바라보면 캐니언랜즈 국립공원의 쉐이퍼 캐니언이 눈에 들어온다. 이어지는 협곡 위로 이동경로가 보이는데, 과거 이길을 통해 두 지역 사이의 원주민들이 교류하였다고 한다.


전날 아치스 국립공원을 둘러보고 받았던 감동의 여운을 가슴에 안은 채 다음날 오전 일찍 모아브에서 남쪽으로 약 37km 지점에 위치한 첫 번째 답사장소인 데드호스 포인트 주립공원을 향해 출발했다.

데드호스 포인트 주립공원은 콜로라도강 상류에 위치한 곳으로 국립공원에 비해 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볼거리도 적은 편이어서 입장료도 국립공원의 3분의 1가격에 불과하다. 인근에 콜로라도강과 그린강이 만나는 지점, 두 강의 침식에 의해 다양한 협곡이 곳곳에 발달해 '협곡의 천국'으로 알려진 캐니언랜즈 국립공원의 명성에 가려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 또한 아니다. 그러나 데드호스 포인트 주립공원은 페이지의 호스슈 벤드와 같은 말발굽 모양의 거대한 협곡으로 유명해 이를 보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편이다.

이곳 공원의 이름이 데드호스(Dead horse)로 명명된 것은 서부 개척시대 목장에서 키우던 말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깊은 협곡은 사방이 수직절벽의 암석으로 둘러싸였기 때문에 협곡 안은 천혜의 목장 역할을 했다. 따라서 일부의 카우보이들이 협곡으로 이어지는 좁은 틈새(목) 안으로 야생마를 몰아 가두고 말들을 길들여 팔고 나머지는 풀어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안에 남은 말들이 나가는 길목을 찾지 못하고 안에서 물을 구하지 못해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데드호스란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이다.

한편 데드호스 포인트 주립공원은 1991년 개봉된 영화 '델마와 루이스'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친구사이인 델마와 루이스가 여행 도중 뜻하지 않은 살인으로 도망자 신세가 되어 쫓기던 중 마지막 선택으로 차를 몰고 절벽 아래로 날아드는 장면이 나온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 배경 무대가 그랜드 캐니언으로 착각하는데 바로 이곳 데드호스 포인트 주립공원이 바로 그곳이다. 또한 '미션 임파서블 2'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가 맨손으로 암벽을 오르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해발고도 1800m인 공원의 최남단 데드호스 포인트 전망대에서 해발고도 약 1200m인 협곡 아래로 흐르는 콜로라도강 사이의 두 지층간에는 1억 년이라는 시차가 있다. 콜로라도강이 흐르는 부근의 지층은 고생대 약 3억 년 전, 전망대 부근의 지표면은 중생대 약 2억 년 전에 형성된 지층이다. 콜로라도강이 흘러가면서 1억 년에 걸쳐 형성된 지층을 깊이 깎아낸 셈이다. 침식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중이며, 공원 일대 암석의 색깔이 다른 주변 지역에 비해 더 붉은 색을 띠는데 이는 암석 내부의 철분이 산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데드호스 포인트 전망대를 기준으로 오른쪽은 웨스트림 왼쪽은 이스트림으로 구분된다. 오른쪽으로는 협곡 건너 캐니언랜즈 국립공원과 마주하고 있으며, 왼쪽으로는 멀리 너머 붉은색 지표면 위로 파란색 물이 고여 있는 특이한 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이는 3억 년 전 이곳이 바다였을 때 만들어진 지하의 암염(소금결정질 암석)이 콜로라도강물과 지하수에 녹아 흘러나온 소금물을 가두어 소금을 생산하는 천일염전으로, 칼륨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글·사진 이우평 지리교사 (인천 부광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