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수산물이야기] 33.홍합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떨어지는 환절기에는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할 때이다. 이럴 때 먹으면 더욱 좋은 수산물은 바로 홍합이다.

붉은 조개라는 뜻의 홍합(紅蛤)은 이매패강 홍합목 홍합과에 속하는 패류로써 조간대에서 수심 20m사이의 암초에 많이 서식하며 참담치, 담치, 섭조개, 합자 등으로도 불리운다. 홍합은 보통 조개와는 달리 몸이 길쭉하며 한쪽은 뾰족하고, 한쪽은 넓은 도끼날 형태를 하고 있다. 길이 15㎝ 정도로 상당히 크게 자라고 껍질은 단단하다. 껍질의 색깔은 바깥쪽이 윤기가 흐르는 검은색인 반면, 안쪽은 보라색, 녹색 등 다채로운 광택을 띠고 있다.

국내에는 홍합을 비롯하여 지중해담치, 동해담치가 서식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초록담치가 수입되어 판매되고 있다. 현재 국내 연안에서는 지중해담치 만이 남해지방을 중심으로 양식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몸은 앞이 둥글고 뒤쪽이 날카롭다. 예봉(銳峯) 밑에 더부룩한 털이 있으며, 수백 수천 마리가 돌에 달라붙어 무리를 이루며 조수가 밀려오면 입을 열고 밀려가면 입을 다문다. 살의 빛깔은 붉은 것도 있고 흰 것도 있다'고 홍합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조선시대 생활 백서인 <규합총서>는 홍합에 대해 '바다에서 나는 것은 다 짜지만 유독 홍합만 싱겁기 때문에 담채(淡菜)라 하고, 또는 동해부인(東海夫人)이라고도 부른다. 살이 붉은 것이 암컷이니 이것이 맛이 좋고, 흰 것은 수컷이니 맛이 못하다.

동해에서 나는 것은 잘고 검으나 보익(補益)하기에 으뜸이요, 북해(北海)에서 나는 것은 크고 살은 쪘으나 맛이 그만 못하다. 날로 볶아서 국을 끓이면 매우 달고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예로부터 홍합의 속살을 말리면 해산물이면서도 채소처럼 담백하다 해서 '담치'라는 이름이 붙었다.

홍합은 100g당 70㎉로 열량이 낮은 편이고 지방 함량도 낮다. 반면 단백질 은 풍부하여 100g에 약 10g정도의 프로틴이 함유되어 있다. 이는 계란 하나의 단백질과 비슷한 함량으로 근력 형성에 도움이 되며 체중 조절에 효과적이다.

또한 칼슘, 철분, 엽산이 풍부해 골다공증이나 빈혈 예방과 개선에 도움이 되며 홍합에 함유된 나이아신이라는 성분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준다. 홍합의 타우린 성분은 피로회복에 좋을 뿐만 아니라 숙취해소에도 좋고, 두뇌 활동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과 간 기능 보호, 동맥경화 등에 좋은 베타인 성분까지 풍부하여 그야말로 영양이 가득한 해산물이다.

홍합 요리라면 뭐니 뭐니 해도 껍질째 넣고 삶은 시원한 홍합국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밖에도 홍합탕, 홍합조림, 홍합찜, 홍합구이, 홍합쑥튀김, 홍합전, 홍합밥, 합자전 등 홍합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 등이 있다.

홍합을 이용한 토속음식 중에는 '섭죽'이란 것이 있다. 섭죽은 강원도 북부 지역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으로 쌀, 홍합, 풋고추, 감자, 양파, 고추장을 재료로 만드는데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다. 우선 불린 쌀과 생홍합, 감자에 고추장을 풀고 물을 넉넉히 부어 천천히 저어가며 끓인다. 1시간정도 끓인 후 쌀알과 감자가 푹 퍼졌을 때 양파와 풋고추를 넣고 더 끓이면 된다. 출출하고 입맛이 없을 때 별미로 즐길 만하다.

/최민철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