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경 논설위원

 


인천에서 3년째 조그마한 인테리어 자재 부품상을 하는 A(57)씨는 가게에 남은 재고품이 정리되는 대로 사업을 접기로 했다. 2년 넘게 함께 일했던 직원 2명도 한 달 전 사정을 얘기하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도록 했다. A씨는 지난해 건설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인테리어업계도 계속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 하지만 사업이라고는 나이 50세가 넘어 처음으로 시작한 이 가게를 쉽게 포기하기 어려웠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어렵지만 버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도 여건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2년여 전 최저시급보다 20% 이상 더 줬던 직원 월급이 이제 와서는 최저시급도 안 되면서 당장 인건비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인건비와 임대료, 원자재 가격 등 매출 빼고는 모든 것이 다 올랐다.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그나마 인테리어 기술이 있는 A씨는 가게가 정리되는 대로 어디 써주겠다는 회사가 있으면 취업을 하려고 한다. 정 안 되면 일용직 기술자라도 하려고 한다. 먹고살기 위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지난 5일은 A씨처럼 소규모 자영업자를 위한 '소상공인의 날'이었다. 이런 저런 기념행사가 열렸지만, 소상공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소식은 어디서도 들려오지 않았다. 각종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규모 자영업자를 포함한 소상공인은 600만명에 달하며 취업자 4명중 1명은 자영업 종사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15∼2017년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를 보면 소상공인의 월평균 매출은 지난해 1077만원으로 2015년보다 1.31% 늘어났다. 하나 이 기간 물가상승률(2.9%)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줄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얼마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 대다수가 빚을 내 점포를 얻고 가게를 운영하지만, 수입은 뻔하고 노동시간은 평균 13시간으로 하루의 절반 이상 일한다"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삶이 노동자들보다 못하다"고 했다.

소상공인 대부분이 A씨와 비슷한 벼랑 끝 처지다. 청년실업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각종 경제지표에는 빨간 불이 켜져 누구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도 단 한 곳 청와대에서만은 위기가 아니라고 한다. 잘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해석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국민이 공감하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