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빚은 조각공원 … 첨탑과 돔 암봉 즐비
▲ 아치스 국립공원의 상징으로 통하는 델리케이트 아치. 델리케이트 아치는 국내에도 소개가 많이 된 장소로서 유타주의 자동차 번호판 배경으로 쓰일 만큼 아치스 국립공원을 상징한다. 붉은 사암에 비친 석양 노을의 풍광이 아름다워 이 광경을 보기 위해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 균형미의 상징으로 통하는 밸런스 록. 밸런스 록은 높이 40m의 탑 위에 올려놓은 복숭아 모양의 돌이 마치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로운 모습으로 균형미의 조화를 잘 보여준다.

 

▲ 랜드 스케이프 아치. 아치스 국립공원 가운데 가장 깊숙이 위치한 데블스 가든 트레일에서 가장 크고 긴 아치로서, 중력의 영향을 받아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느낌을 준다. 길이 88.4m의 아치는 지금도 침식과 풍화가 계속되고 있어 머지 않아 붕괴될 것으로 보인다.


오전 모뉴먼트 밸리 답사를 마치고 오후에 유타주의 자동차 번호판 배경으로 쓰일 만큼 유타주의 랜드마크로 잘 알려진 델리케이트 아치가 있는 아치스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3시간30분가량을 달려 모아브 인근에 위치한 아치스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이곳 국립공원의 이름이 아치스(Arches)로 명명된 것은 1~100m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아치가 약 2000여 개에 달할 만큼 공원 곳곳에 넘쳐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아치들은 모두 자연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시간대와 보는 각도에 따라 풍광이 매우 뛰어날 뿐만 아니라 기묘한 형상을 띠어 신비함이 느껴진다. 공원의 주인공들은 단연코 아치들이라 하겠지만 하늘을 찌를 듯한 첨탑과 돔형 그리고 고층건물과도 같은 암봉들도 도처에 넘쳐나 가히 암석 조각공원을 방불케 한다.

아치스 국립공원은 크게 비지터센터 부근 뉴욕의 고층건물을 연상시키는 석탑과 절벽들이 넘쳐나는 파크 에버뉴가 있는 코트하우스타워, 탑 위에 복숭아 모양의 암석이 균형미를 갖춰 올려져 있는 유명한 밸런스 록과 더블 아치가 있는 윈도우섹션,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자연지표로 아치스 국립공원의 상징과도 같은 델리케이트 아치가 있는 화이어리퍼니스, 세계에서 가장 긴 아치인 랜드스케이프 아치가 있는 데빌스가든 이렇게 모두 네 개의 구역으로 구분된다.

곳곳에 다양한 아치들이 넘쳐나지만 아치스 국립공원의 3대 아치로 통하는 더블 아치와 랜드스케이프 아치 그리고 델리케이트 아치는 반드시 둘러봐야하다. 제일 먼저 밸런스 록을 둘러본 다음 인근의 더블 아치를 찾았다.

45m의 아주 큰 두 개의 아치가 십자로 교차하며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어 폭이 무려 100m에 달하는 가장 긴 랜드스케이프 아치로 향했다. 1991년 아치의 윗부분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지금은 얇은 암석 만이 남아 중력을 이겨내며 버티고 있지만 멀지 않아 무너질 것만 같다.

마지막으로 저녁 8시쯤 얼마 남지 않은 해를 뒤로 한 채 2.4㎞의 산길을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델리케이트 아치에 올랐다. 석양의 햇빛을 머금고 서 있는 델리케이트 아치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기 위해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있었다. 막상 와 보니 이곳을 가리켜 '죽기 전에 반드시 보아야 할 곳'이란 수식어가 붙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장구한 세월에 걸쳐 물과 바람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아치들은 지금 이 순간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하고 또 무너져 사라져 가고 있다. 그런데 아치 모양의 암석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이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암석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 마치 교각 모양의 아치가 만들어진 것일까?

거대한 암반덩어리에 지각변동으로 충격이 가해지면 특정 방향으로 균열이 발생하게 되며 이후 이 균열을 따라 물과 얼음 등이 들어가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풍화와 침식작용을 받아 마치 식빵을 칼로 잘라놓은 듯한 수직판 모양의 암석(핀 fin)이 발달한다. 이후 핀을 이루는 하부와 상부의 지층 사이의 경계부를 중심으로 약산성의 지하수가 흐르면서 암석 내의 탄산칼슘을 녹여 모래와 실트 알갱이들이 떨어져 나가며 접촉면의 수평방향을 따라 작은 구멍들이 형성된다. 이후 침식과 풍화를 받아 암석 전체가 깎여나가면서 특히 중력의 영향을 받아 구멍은 점점 더 확대되어 아치 형태를 띠게 된다.

/글·사진 이우평 지리교사(인천 부광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