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수산물이야기] 32.낙지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낙지의 풍부한 영양에 주목해 낙지를 '갯벌의 산삼'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자산어보>에서는 낙지와 관련해 '낙지를 먹으면 사람의 원기가 돌고 말라빠진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만 먹여도 벌떡 일어나며, 낙지는 맛이 달콤하고 회로 먹거나 포를 만들기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동의보감>에서는 다리가 여덟 개인 낙지를 소팔초어(小八梢魚)라 하여 '낙제로 불리는 이 생물은 성질이 온순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많은 한방고서에서도 낙지는 기혈을 순조롭게 하는 식품이라고 전하고 있다.

낙지는 바다생물 가운데 대표적인 스태미너 식품으로 꼽히는데 필수아미노산인 타우린(Taurine)과 히스티딘(Histidine), 단백질, 인, 철, 비타민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콜레스테롤을 줄여주고 빈혈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때문에 '낙지 한 마리가 인삼 한 근과 맞먹는다'는 말이 나올만하다.

낙지는 뼈가 없고 살이 야들야들해 연체동물(軟體動物)이라 하며 머리에는 다리가 붙어있어 두족류(頭足類)라 부르고 여덟개의 팔을 가졌다고 해서 팔완목(八腕目)이라 부른다. <자산어보>에서는 낙지를 석거(石距), 낙제어(絡蹄魚)라고 묘사하였으며, 이외에도 장거어(章擧魚), 장어(章魚), 낙체(絡締)라고도 하였다. 낙지라는 이름은 여덟개의 발이 얽혀 있는 뜻에서 '얽을 락(絡)'과 '발 제(蹄)'자의 '낙제'인데 '낙지'로 변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갯벌의 산삼이라 알려진 낙지지만 옛 문헌에 '시험을 앞두고는 먹지 말라'는 기록이 있다. 조선 정조 때 활약했던 실학자 이덕무는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서 '일반 사람들은 과거를 볼 때 게와 낙지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게는 한자로 해(蟹)인데 해(解)자가 쓰여 있기 때문에 해산(解散)이란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했고, 낙지를 먹지 않는 이유도 낙지는 한자로 장거(章擧)라고 하는데 속명이 낙제(絡蹄)이므로 발음이 낙제(絡第)와 비슷해서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낙지에 관련된 속담을 살펴보면 대부분 낙지의 생태나 잡는 방법에 관련된 것이 많다. 먼저 '오뉴월 낙지는 개도 안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낙지가 봄철에 알을 낳은 후 2~3개월 동안 알을 돌보는데 오뉴월 알이 부화할 무렵에는 태어나는 새끼를 위해 모든 영양을 다 쏟아내고 죽기 때문에 맛이 없다는 것이다.

'묵은 낙지 꿰듯'이라는 말은 일이 매우 쉽다고 할 때에 사용하며 묵은 낙지는 봄철 새 생명의 탄생을 위해 영양을 다 소비한 굼뜬 낙지를 일컫는다. 반면 '묵은 낙지 캐듯'이라는 말은 일을 단번에 해치우지 않고 두고두고 조금씩 할 때 사용한다.

봄철 부화한 새끼 낙지는 여름철이 되면 세발낙지로 성장하고, 여름을 지낸 세발낙지는 가을철이 되면 통통하게 살이 오르는데 이 낙지를 예로부터 '꽃낙지'라 부르며 최고로 쳤다. 그래서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이 생겼으며 제 때가 되어서야 제 구실을 한다는 뜻으로 봄에는 겨우 내내 움츠러들었던 입맛을 조개가 다시 살아나게 하고 가을에는 여름철 무더위에 지친 몸을 추슬러 원기를 북돋우는데 낙지만한 것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오징어를 낙지로, 낙지를 오징어로 불러 남북 간의 교역이 시작되면서 낙지라고 수입한 것을 뜯어보니 오징어가 들어있어 수산업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에는 '낙지는 다리가 열개로 머리 양쪽에 발달한 눈을 갖고 있다'고 되어 있다.

낙지는 회, 숙회, 볶음, 탕, 산적, 전골, 구이에서부터 다른 재료와 궁합을 이룬 많은 퓨전요리가 개발되어 있다. 또한 지역 특색에 따라서는 그 지명을 붙여 조방낙지, 무교동낙지, 목포 세발낙지 등이 있다. 이 중 조방낙지는 일제 강점기 때 부산 자유시장 자리에 있던 방직회사인 조선방직 앞의 낙지 집에서 유래했다.

당신 조선인 근로자들이 하루의 피로를 얼큰한 낙지볶음으로 달랬다는데, 이후 이 일대에 낙지 거리가 형성되면서 부산의 명물이 되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요즘 따뜻한 국물의 연포탕이 자주 생각난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 연인과 함께 여름철 지쳤던 몸의 원기회복을 위해 외식코스로 꽃낙지 요리를 선택해 보자.

/김동우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