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진 사회부 기자
 

지난 겨울에는 참 추웠다. 구둣발을 땅에 차도 발이 얼어 아무 감각이 없었던 올해 1월 어느 날, 인천 남구 한 판잣집을 찾은 적이 있다.
이 집 80대 노인은 전기장판 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연탄 아궁이는 차갑게 식었고, 인천연탄은행이 가져다줬다는 연탄 십수장은 창고에 그대로였다.
노인은 허리가 아파 3.6㎏ 무게를 도대체 이겨낼 수 없다고 했다. 연탄 1장 무게가 3.6㎏쯤 된다.
연탄을 포기한 그에게 남은 건 전기장판 한 장. 최대한 장판에 몸을 뉘고 건조한 온기의 장막 아래서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에는 연탄조차 없어서 못 땠는데, 이제는 있어도 이러니 이래저래 처량하다"는 노인 말씀이 기억난다.
인천연탄은행은 10월 마지막 주 접어들면서 이번 겨울나기를 위한 연탄 배달에 돌입했다. 벌써 새벽엔 기온이 0도 가까이 떨어진다.
연탄은행은 인천지역 1570세대에 3월까지 55만~60만장을 전달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현재 기부된 연탄은 1만장이다. 보통 이맘 때쯤이면 적어도 3만장은 쌓아뒀었다고 한다.
인천연탄은행 관계자는 "올겨울은 작년보다 더욱 낮은 기온이 예상된다. 하지만 불경기에다 연탄 가격이 최근 급격하게 올라 도움 손길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요새 연탄 한 장 가격은 700원 정도다. 2년 새 200원이나 값이 뛰었다고 한다. 한두 장 쌓이면 어려운 살림에는 적지 않은 돈이다.

사상 최악의 혹서기를 경험했던 에너지 빈곤층들은 또 날씨와 씨름을 해야 한다. 불처럼 더워서 숨이 턱턱 막혔던 여름이 불과 2달 전 일이다.
뜨거운 선풍기 바람에 잠을 설치던 노인들은 이제 추운 밤을 지새워야 한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셈이다.
봄 4월, 5월, 6월과 가을 9월, 10월을 빼면 냉방·난방이 필요한 요즘 에너지 빈곤층의 피로도는 누적되고 있다. 시설 지원을 통한 환경 개선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막대한 예산이 드는 일이라 현실화는 쉽지 않다.

불경기와 상관없이 오는 겨울엔 연탄 한 장, 김치 한 포기 건네는 온정이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