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주간

 

인천에서 강화(江華)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드넓은 갯벌, 저어새 서식지, 화문석, 순무, 사자발쑥 등 지역에서 유명세를 타는 자연환경도 그렇다. 하나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역사 유적·유물이 널려 있다는 점에서 그 진가를 더 발휘한다. 고려시대에 전란을 피해 개성에서 강화로 천도(遷都)한 이후 역사적 새김은 더욱 깊어졌다. 강화도는 1232년부터 1270년까지 39년간 고려의 도성으로서 '강도(江都)'로 일컬어진 곳이다.
금년은 고려 건국(918년) 1100주년을 맞는 해다. 고려는 원나라 침입 후 고종 19년(1232년) 수도를 강화도로 옮겼다. 그리고 대역사(大役事) 끝에 1234년 궁궐을 세웠다. 오늘날에 이르러선 그 자리인 고려궁지를 비롯해 방어 목적으로 쌓은 산성과 진(鎭), 보(堡) 등이 아주 유명하다. 왕릉인 홍릉(洪陵), 석릉(碩陵)과 왕비릉인 가릉(嘉陵), 곤릉(坤陵)도 존재한다. 강화도 면적은 서울시 절반 정도에 달하는데, 강화에는 국가지정문화재 사적만 모두 16개가 자리를 잡고 있다. 강화 부근리 지석묘,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을 제외하면 고려시대에 만들었거나 보수됐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그동안 강화에 남아 있는 고려시대 유적과 유물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데 힘을 쏟아 왔다. 그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강화문화재연구소가 석릉 주변과 흥왕리 이궁터를 발굴한 후,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해 인천시립박물관과 함께 30일부터 12월 9일까지 '강도(江都), 고려왕릉전(展)'을 연다. 시립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선을 보이는 전시는 고려 수도였던 강화도의 역사적 중요성과 고려 고분문화를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강도, 고려의 도읍', '강도, 고려왕릉이 자리하다', '강도, 고려왕릉이 드러나다', '강도, 고려인이 잠들다'로 구성됐다. 고려왕릉을 비롯해 강화도 고려 유적에서 나온 유물과 당시 조운선으로 강화도에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품 등 자료 400여 점을 전시한다.
강도 시대 고려는 대몽항쟁 시련 속에서도 강화에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강화는 중요한 국내 문화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더한다. 고려 왕실 문화의 일면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로 떠오를 특별전에 많은 시민이 찾아 우리 역사를 되새김했으면 싶다.